‘우회전 일시멈춤’ 본격 단속에 “규칙 복잡” vs “보행 안전”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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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진구 교차로 가보니

차량 멈추자 뒤에서 경적 울려
중앙선 넘어 대기 차량 추월도
운전자들 “범칙금 부과는 과해”
보행자들 “사고위험 줄어 환영”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단속을 개시한 가운데 지난 2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교차로에 우회전 시 일단멈춤 표시판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단속을 개시한 가운데 지난 2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교차로에 우회전 시 일단멈춤 표시판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교차로 우회전 시 일시정지 위반 차량에 대한 본격적인 단속이 시작되면서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규칙이 복잡해 헷갈릴 뿐만 아니라 경찰 단속까지 더해져 운전자 불만이 더욱 커지는 데 반해 보행자들은 보행 안전이 강화됐다며 반기는 모습이다.

24일 오전 11시 40분께 부산진구 전포동 부전동사거리. 왕복 2차로 골목길에 직진 차량과 가야대로로 우회전하려는 차량이 줄을 서 있다. 전방 신호가 파란불로 바뀐 데 이어 인근 보행 신호도 파란불로 바뀌면서 우회전하려던 차량이 멈춰섰다. 보행자가 완전히 횡단보도를 건넌 후에도, 우회전 차량이 엉거주춤 있자 뒤이어 선 차량이 경적을 요란하게 울렸다.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한 대형 세단 차량은 아예 중앙선을 넘어 우회전 대기 차량을 추월하기도 했다.

이날 <부산일보> 취재진이 30분간 이곳에서 우회전 차량을 지켜본 결과,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준수한 차량은 25대 중 17대였다. 대부분 차량이 우회전 일시정지를 하며 조심하는 분위기가 감지됐지만, 일부 차량은 일시정지를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우회전을 했다. 우회전을 할 수 있는데도 차량이 계속 멈춰 서있는 등 바뀐 제도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도 발견됐다.

경찰청에 따르면,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는 차량은 전방 신호가 빨간불이면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멈춰선 다음 우회전해야 한다. 전방 신호에 맞춰 우회전하고 있더라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있다면 즉시 정지해야 한다. 또 우회전 신호등이 별도로 있으면, 해당 신호등의 지시가 있기 전까지는 우회전하면 안 된다. 이를 어길 시 승용차 기준 범칙금 6만 원과 벌점 15점이 부과된다.

경찰은 지난해 1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을 발표했다.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은 지난 1월 22일 현장에 적용돼 3개월의 계도 기간을 보낸 후, 지난 22일부터 본격적으로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 차량에 대한 단속이 시작됐다.

운전자들은 ‘안전’이라는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복잡한 규칙이나 단속에는 불만을 제기한다. 지난 주말 친구가 우회전 일시정지 위반으로 적발됐다는 30대 이 모 씨는 “안전이 중요해진 요즘을 생각했을 때, 우회전 일시정지는 필요하다”면서도 “규칙이 복잡하고 이해하기 힘들어, 요즘은 그냥 횡단보도 앞에서 무조건 멈추고 본다”고 말했다. 안풍(69·영도구) 씨는 “기존에도 보행자가 있으면 차량이 멈추거나 서행했다”며 “범칙금을 부과하며 이를 강제하는 건 과한 처사라고 생각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보행자들은 이번 도로교통법 개정안으로 안전한 보행권이 보장된다며 반기는 모양새다. 박정한(33·중구)씨는 “평소에도 자전거를 타다가 우회전하는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아 사고를 당할 뻔한 적이 많다”며 “운전자 입장에서는 불편이나 혼선이 있을 순 있겠지만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우회전 일시정지 도입으로 교통사고가 감소하는 등 보행자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우회전 일시정지가 적용된 지난 1월 22일부터 4월 20일까지 부산 지역에서 벌어진 우회전 중 교통사고는 모두 5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6건보다 20건 줄었다.

경찰은 “우회전 시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잦아 보행자 안전보호를 위해 이번 개정안에 따른 단속을 시행하는 만큼 시민들의 협조를 바란다”며 “교통이 혼잡한 교차로나 사고가 난 적이 있는 교차로 위주로 단속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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