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3색 性이야기] 암수 동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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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회 부산대 명예교수

‘어지자지’는 두 발을 번갈아 가며 제기를 차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 중성이나 남녀 양성을 같이 가진 인간을 의미하기도 한다. ‘남녀추니’라고도 한다.

조선 시대 대표적인 어지자지로 흔히 세조 때의 ‘사방지(舍方知)’를 꼽는다. 그러나 사방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암수 동체의 사람은 아니었던 듯하다. 어쩌면 그저 여장남성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그는 여복을 입고 사대부와 귀족 집 안방을 드나들며 마님들과 간통을 해 오다 들켰으며 정승인 이순지의 과부된 딸과 10년을 동거해 온 사실도 있어 조정이 발칵 뒤집혔다. 사헌부에서 성 검사를 했더니 양성(兩性)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되었더라고 했다. 그러나 그가 여자 역할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

명종 때 길주의 임성구지(林性仇之)는 처음엔 장가들어 아내를 얻어 살다가 다시 시집을 가서 아내 노릇을 했다. 괴물 취급을 받아 사간원에서는 사형을 주장했지만 왕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사방지의 예처럼 외진 곳에 따로 두고 왕래를 금지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지 못하게만 했다.

같은 시기에 감덕(甘德)은 반인간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무당 행세를 하면서 왕족과 정승판서들의 처첩들과 추문을 일으켜 장살을 당했다.

고대 희랍인들은 반음양인 사람을 헤르메스와 아프로디테의 사이에서 태어난 헤르마프로디테(hermaphrodite)와 같이 오히려 완전한 사람으로 보았다. 조선조 때 이들을 죄인 취급한 것과 너무 대조적이다.

다음은 봉이 김선달 이야기이다. 동네 친구 셋이서 과거 보러 가는데, 봉이 김선달도 따라 나섰다. 세 친구는 어떻게 하면 저자를 떨쳐 버릴까 하고 궁리한 끝에 아주 묘한 수를 생각해 냈다. 길을 가다가 처녀를 만나, 그녀의 XX를 보여 줄 수 있게만 해 주면 과거 끝나고 돌아 올 때까지의 일체 경비를 대 주고, 못 하게 되면 따로 떨어져 가기로 하는 내기였다.

한참 걸어가니, 마침 개울 아래 빨래하는 처녀가 보였다. 셋은 선달에게 그 내기를 꺼냈다. 그런데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리곤 거기 있으라며 셋을 세워 두고 처녀 가까이로 갔다.

‘가자.’ ‘네?’ ‘네 이년! 너 XX가 두 개지? 다 알고 왔으니, 나하고 포도청으로 가자.’ 처녀는 사실도 아니지만, 포도청으로 끌려가면 큰일이라 생각하면서 그저 벌벌 떨고만 있었다. ‘떠는 걸 보니까 사실임이 틀림없구나. 가자.’ ‘아녜요.’ ‘만약 확인해 보고 아니면 그만이지만, 두 개면 너의 가족들까지 이를 숨긴 죄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선달은 큰 소리로 엄포를 놓았다.

그리곤 억양을 낮추어 셋이 있는 쪽을 가리키며, ‘한양에서 오신 분들인데, 저 세 양반들이 확인해야 한다. 나는 안 볼 테니까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그 처녀는 할 수 없이 속곳을 보일 수 있는 데 까지만 살짝 내리고 치마를 덮어 썼다.

인간의 육체적 결함이 죄가 될 수도 있었던 씁쓸한 조선시대 실록의 기록과 만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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