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스타십의 실패와 환호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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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별은 푸르게 빛나지만, 화성은 붉은 기운이 돈다. 그래서 고대 수메르인들은 화성을 전염병과 전쟁의 신, 네르갈(Nergal)이라 부르며 죽은 사람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로마 시대에는 핏빛과 재앙을 연상시켜 전쟁의 신 ‘마르스(Mars)’ 이름을 붙였다.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워 인간이 이주할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힌다. 1898년 문어처럼 생긴 화성인이 지구를 공격한다는 내용의 소설 ‘우주 전쟁’이 출간되면서 ‘화성 침공’ 우려가 생겼지만, 1976년 미국 바이킹1호가 화성에 착륙하면서 붉은 행성은 ‘침공’에서 ‘탐사’의 대상으로 바뀌게 됐다. 2015년 개봉된 영화 ‘마션’에서 인류 생존기의 배경도 화성이다.

우리의 가까운 이웃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해 세운 민간우주개발회사 스페이스X의 차세대 유인 대형왕복선 스타십(Starship)이 첫 궤도 비행 실험에서 발사 4분 만에 공중 폭발했다. 스타십과 전용 1단 추진체 슈퍼헤비(Superheavy) 로켓은 전용발사대 스타베이스에서 성공적으로 발사됐지만, 상공에서 슈퍼헤비와 스타십의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계획은 슈퍼헤비와 분리된 스타십이 고도 234km까지 상승한 뒤 지구 궤도를 한 바퀴 돌고 태평양에 착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생중계를 통해 전 세계로 방송된 스페이스X 상황실은 스타십 폭발에 오히려 환호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스페이스X와 NASA는 트위터에 “성공은 우리가 배운 것에서 비롯된다. 역사를 통틀어 모든 위대한 업적은 어느 정도의 계산된 위험을 요구했다”라고 썼다. 스타베이스는 엔진 33개를 합체한 추진체와 우주선 등 120m에 이르는 로켓의 조립공장이자 전용발사대였다. 대부분 처음 시도하는 기술이어서 이번처럼 실패에서 다양한 데이터와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나 꿈은 있다. 스페이스X CEO 일론 머스크도 소년 시절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읽으며 우주 여행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지금의 청장년들은 ‘스타워즈’ 영화를 보면서 머나먼 우주로의 호기심에 잠 못 이루기도 했다. 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스타십의 환호처럼 실패를 통해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우주뿐 아니라, 우리 인생에서도 시도하지 않는 사람에겐 실패도, 성공도 없기 때문이다. 그냥 제자리에 머물거나 후퇴할 뿐이다. 언젠가 이런 실패를 발판으로 지구에서 달로, 화성으로 수백 수천 명의 승객을 태우고 날아가는 모습을 기대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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