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겉도는 시 원자력안전계획, 주민 불안 방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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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 안 돼 원전 안전 강화 효과 없어
세부 사항 보강과 철저한 시행 요구돼

3월 2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이 고리원자력홍보관 앞에서 고리원전 안에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3월 28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주민들이 고리원자력홍보관 앞에서 고리원전 안에 건식저장시설 건설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2020년 6월 부산시의회는 원자력발전소가 전국 최대 규모로 밀집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부산시 원자력 안전 조례’를 제정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는 매년 조례에 근거한 원자력 안전 시행 계획(이하 원자력안전계획)을 수립해 발표하고 있다. 원전의 안전을 위한 조례와 시행 계획을 마련한 목적은 원전 관련 권한을 갖고 있는 중앙정부가 소홀히 여기는 부산 시민의 안전에 대해 지자체의 영향력을 높이는 데 있다. 하지만 시의 원자력안전계획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겉돌며 사문화하고 있어 문제다. 시민의 원전 불안감이 더 커지고 확산하지 않도록 원자력안전계획을 조례 제정의 취지에 맞게 잘 이행할 일이다.

원자력안전계획에는 시가 지역의 원전 안전 관리에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내용과 다양한 대응 방안이 담겨 있다. 전국 최초로 원전 전문가와 시민들로 구성된 원자력안전시민검증단을 운영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이는 시민 참여를 통해 원전 안전 관리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계획과 달리 시의 시민검증단 구성은 고리원전 운영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3년째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윤석열 정부가 친원전 정책으로 원전 인근 주민들의 의견과 불안감을 무시한 채 원전 가동을 확대하고 있는데도 시가 시민 안전에 손을 놓고 있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원자력안전계획 내용이 강화되기는커녕 퇴보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 상당수 시민과 시민·환경단체는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저장을 명문화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 제정에 강력 반대한다. 별도의 핵폐기장 확보 대책이 없는 특별법은 원전을 영구처분장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시는 이런 여론을 당초 세운 원자력안전계획에 반영해 특별법 논의 시 입법 추진에 반대하고, 국회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시장과 시의회 의장이 방문해 반대 의사를 전달하기로 하고서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특별법이 국회에 상정돼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지만, 반대 활동 내용은 되레 올해 원자력안전계획에 빠져 있어 시가 원전 안전을 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한수원이 원전 의존도를 높일수록 더욱 필요한 부분은 원전의 안전 강화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친원전 정책의 강화에 비례해 원전을 이고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시가 원전 안전 관리 정책 개발과 시행에 사명감과 적극성을 보이면서 원전당국이 감추기 쉬운 안전 관련 정보를 확보해 시민에게 제공해야 마땅하다. 이를 위해 철저한 안전 감시 등 원자력안전계획 보강과 확실한 실천이 요구된다. 그렇지 않으면 원전 안전과 주민 불안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앞장서 원전 안전 조례를 만든 시의회의 관심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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