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 72시간 휴전 합의… 긴장·공포 속 ‘대탈출’ 계속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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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자정부터 상호 교전 중단
블링컨 “분쟁 종식 위원회 지원”
한국·서방 등 자국민 철수 완료
일부 국가 철수 작전 계속 진행
수단인도 이집트·차드로 피란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정부의 ‘프라미스’(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해 가족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정부의 ‘프라미스’(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도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입국해 가족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군벌 간 무력충돌이 격화되면서 수단인과 외국인 할 것 없이 ‘엑소더스(대탈출)’가 진행 중인 북아프리카 수단(부산일보 지난 19일 자 12면 등 보도)에서 분쟁 당사자들이 72시간 휴전에 합의했다. 한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수단 내 자국민을 다른 곳으로 이미 대피시켰고, 미처 탈출하지 못한 사람들을 위한 철수 작전도 계속 이어 지고 있다.

미국 CNN 보도 등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24일(현지 시간) “수단에서 교전 중인 군벌들이 24일 자정부터 72시간 동안 휴전에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블링컨 장관은 “정부군과 신속지원군(RSF) 간 합의는 지난 48시간 동안 치열한 협상 끝에 이뤄졌다”며 “미국은 전쟁의 종식을 위해 지역과 국제 파트너, 수단 민간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수단 내 적대행위의 영구적인 중단과 인도주의 협정 이행을 감독하기 위한 위원회 구성을 지원할 것”이고 말했다.

수단 군벌 간 휴전 논의가 진행됨에 따라 교전이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외국인들이 수단에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수 있게 됐다. 만약 새로운 3일간 전투 중단이 지속된다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식량과 의료품 등 절실히 필요한 지원이 제공될 수도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서방 국가들과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남아프리카공화국, 차드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들이 수단 내 외교관을 포함한 자국민 철수 작전을 마쳤거나 진행 중이다. 한국도 수도 하르툼의 대사관에 집결해 있던 교민 28명을 버스 편으로 하르툼에서 동북쪽으로 800km 넘게 떨어진 포트수단의 안전지역까지 무사히 대피시켰다. 이후 수단 교민 28명은 포트수단 공항에서 군용기를 타고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로 건너간 후 다시 군수송기로 갈아타고 25일 오후 4시 서울공항에 무사히 도착했다.

수단 거주 일본인과 가족 등도 자위대 항공기를 타고 인근 국가 지부티로 대피 중이라고 일본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수단 거주 일본인과 가족 49명의 대피 사실을 언급하고 “한국과 아랍에미리트(UAE), 유엔의 협력이 있었다”면서 감사의 뜻을 밝혔다. 외무성도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한국,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UAE, 사우디아라비아, 유엔과 국제적십자사 등 많은 국가와 기관의 협력을 얻었으며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프랑스와 독일도 이날 군용기를 이용해 700여 명을 대피시켰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스위스, 폴란드, 헝가리, 일본 국적자도 포함됐다. 네덜란드 군용기도 이날 여러 국적의 피란민을 태우고 수단에서 인근 요르단으로 향했다고 네덜란드 외무부가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며칠 동안 수만 명의 수단인도 유혈사태를 피해 이집트와 남수단, 차드로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폭력 사태 이전에도 인구 4500만 명 중 3분의 1이 인도주의 지원에 의존했던 수단에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상황이 더 암울해졌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파르한 하크 유엔 부대변인은 로이터통신에 “식량, 깨끗한 물, 의약품, 연료 등의 가격이 치솟았고, 통신 두절에 전기 부족 사태도 벌어졌다”고 알렸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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