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면했지만… 울산 버스파업 ‘불안’
내달 3일 협상 결렬 땐 또 위기
울산 시내버스 노조가 사 측과 ‘마라톤협상’ 끝에 26일 예고한 총파업을 잠정 연기했다. 우려했던 출근길 교통대란은 피했는데, 다음 달 3일 추가 협상이 예정돼 있어 파업 불씨가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울산지역 6개 버스회사 노사는 전날인 25일 오후 울산지방노동위원회에서 최종 조정에 들어가 밤 10시까지 임금 인상 폭을 놓고 이견을 보이며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의 주요 쟁점은 임금 인상 규모로, 노사 간 견해차가 커 쉽게 타결하기 힘든 상황이다.
노조는 올해 초부터 물가상승률과 그간 실질임금 감소분 등을 고려해 임금 7.4%와 특별상여금 인상을 요구했지만, 사 측은 ‘적자 상태에서 추가 재정 지출이 어렵다’며 임금 2%와 식대 500원 인상으로 맞서고 있다. 현재 24%대에 머무른 퇴직금 적립률을 놓고도 온도 차가 크다고 한다.
사 측은 최근 임금협상을 타결한 서울과 부산, 대구 등 타 도시 시내버스 평균 임금 인상률인 3.5% 안팎을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노조 또한 지난해 임협 타결 수준인 4.5%대 인상 등을 생각해 보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노사 어느 쪽도 확정적으로 제시한 상태는 아니다.
노사는 결국 다음 달 3일 한 번 더 ‘끝장 협상’에 들어가기로 의견을 모았고, 노조는 26일 예고한 파업은 일단 보류하기로 했다. 급한 불은 껐지만 추후 협상에서도 접점을 도출하지 못하면 언제든 파업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조는 앞서 지난 18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벌여 93%(재적 조합원 대비 75%) 찬성으로 파업 안을 가결했다.
울산시내버스 노조에는 시내버스 회사 6개에 기사 1637명이 소속돼 있으며, 이들이 운행하는 버스 노선은 전체 111개 중 107개다. 지하철 등 마땅한 대체 교통수단이 없는 울산에서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하면 사실상 울산 전체 대중교통이 마비되는 셈이다.
아직 노사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시내버스가 운행을 중단한다면 울산에서는 2019년 5월 이후 4년 만의 파업으로 기록된다. 지난 파업을 보면 당일 오전 8시께 노사가 가까스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면서 7시간 만에 종료했으나, 곳곳에서 교통편을 찾지 못해 혼란과 불편이 이어졌다.
울산시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 등을 마련하고 있다. 한데 봄철 전세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체 교통수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지난 19일 경남 창원에서도 노조 파업으로 시내버스 95%가 운행을 멈췄는데, 전세버스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아 출근길에 나선 시민들이 지각사태를 피하지 못했다.
시 관계자는 “시내버스 노사가 막판 타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적극 중재하고 있다”면서 “혹시 모를 파업에 대비해 각종 홍보 매체를 활용, 관련 내용을 적극 알리는 등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