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혜인 감독 ‘홀’ 칸 영화제 간다… 2018년 KAFA 부산 이전 후 최초
KAFA 정규 과정 졸업 작품
단편영화 경쟁 부문 초청
2009년 이후 14년 만의 쾌거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출신 감독이 만든 단편영화가 칸 영화제에 진출했다. KAFA 작품으로 14년 만이며 2018년 부산 이전 이후 처음 이뤄낸 쾌거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황혜인 감독 단편영화 ‘홀(HOLE)’이 제76회 칸 영화제 ‘라 시네프(La Cinef)’ 섹션에 초청됐다고 26일 밝혔다. 영화 ‘홀’은 올해 2월 KAFA 39기 정규 과정을 마친 황 감독의 졸업 작품이며, 라 시네프 섹션은 전 세계 영화학교 단편영화 경쟁 부문이다.
영화는 한 남매의 집을 방문한 사회복지사가 방 안에서 커다란 맨홀을 발견하고, 아이들에게 그곳에 들어가라고 제안받는 이야기다. 음산한 분위기와 묘한 긴장감이 돋보인다. 디미트라 카르야(Dimitra Karya) 아티스틱 디렉터는 “절제되고 설득력 있는 스릴러”라며 “H.P. 러브크래프트 작품 같은 기묘하고 무서운 분위기가 떠올랐다”고 평가했다. 러브크래프트는 저명한 미국 호러, 판타지, 공상과학 소설가다.
KAFA 작품이 칸 영화제에 초청된 건 2009년 조성희 감독 ‘남매의 집’ 이후 14년 만이다. 한국 영화는 2021년 윤대원 감독 ‘매미’ 이후 2년 만에 라 시네프 섹션에 진출했다.
올해 칸 영화제에 진출한 황 감독은 “함께 영화를 만든 배우, 스태프와 이 소식을 나눌 수 있어 기쁘다”며 “오로지 영화에만 집중할 환경을 만들어 준 KAFA에도 감사하다”고 했다. 조근식 KAFA 원장은 “부산 이전 이후 기수가 칸 영화제에 초청된 것이라 더 의미가 깊다”며 “앞으로도 KAFA가 한국을 넘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영화학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칸 영화제 라 시네프 섹션에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정미 감독이 만든 영화 ‘이씨네 가족들(THE LEE FAMILIES)’도 진출했다. 올해 출품작 2000여 편 중 ‘홀’을 포함한 한국 영화 2편이 초청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한국 영화는 김지운 감독 ‘거미집’이 비경쟁 부문, 김창훈 감독 ‘화란’이 주목할 만한 시선, 홍상수 감독 ‘우리의 하루’가 감독 주간 부문으로 칸을 찾는다. 유재선 감독 ‘잠’은 비평가 주간, 김태곤 감독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으로 관객을 만난다. 칸 영화제는 다음 달 16일부터 27일까지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서 열린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