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중요한 건 삶과 사람을 이해하는 통찰력”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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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올해의 책’ 선포·기증식 개최
20주년 기념 영상·축하 공연도
안희연·백온유·김화요·박진명 등
원북 작가 참석해 독자들과 소통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선정 작가들의 북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선정 작가들의 북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 시기를 생각해 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내상을 입었다고 생각해요. 그중에서도 어린이나 청소년은 자기 또래들과 교류하지 못했기 때문에 내면이 성장할 기회를 놓쳤을 수 있고요. 그래서 상처 입은 이들에겐 더 많은 기회나 시간을 줘야 하는데 우리는 잃어버린 시간을 만회한다면서 오히려 다그치고, 재촉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혹은 이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좀 더 지켜보고 다독거려 줘야 하는 것 아닐까요?”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북 콘서트에서 <페퍼민트>(창비) 저자 백온유 작가가 들려준 말이다. 청소년 부문 원북(한 책)이 된 이 책에서 백 작가는 두 청소년의 갈등을 통해 돌봄과 죽음, 용서와 화해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희망을 이야기한다. 전작인 <유원>에 이어 이번에도 재난이나 전염병 문제가 등장하자 그런 걸 겪었을 때 드는 상실감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묻자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백 작가는 또 “흔히 미디어 등에서 다뤄지는 청소년 문제가 집단 안에서의 따돌림이나 성적 스트레스 등에 집중됐는데, 그 문제가 사소하다는 것이 아니라 ‘영케어러(가족 돌봄 청년)’ 같은 문제도 다뤄져야 할 것이라는 점에서 착안하게 됐다”고 부연설명했다.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원북 작가 5명이 천정숙(시민도서관장·왼쪽에서 세 번째) 원북원부산 공동 운영위원장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원북 작가 5명이 천정숙(시민도서관장·왼쪽에서 세 번째) 원북원부산 공동 운영위원장과 함께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원북원부산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원북원부산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3 원북원부산 올해의 책에는 〈페퍼민트〉와 함께 〈거짓말의 색깔〉 〈단어의 집〉 <망치질하는 어머니들 깡깡이마을 역사 여행> 등 4권이 선정됐다. 이날 북 콘서트는 원북 작가 5명(그림 작가 1명 포함)을 초청해 현장 질의응답 등 독자와 소통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일반 부문 원북 <단어의 집>(한겨레출판)을 쓴 안희연 작가는 “시를 쓰는 사람이다 보니 평소 단어나 문장이 의사소통의 도구로만 느껴지는 게 아니라 온 우주를 만나는 것처럼 생각될 때가 있다”면서 “이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고 또한 슬픈 일인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45개 단어가 복작복작 살고 있는 이번 책을 펴내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안 작가는 ‘탕종’이라는 단어를 예로 들며 “이야기의 시작은 동네에서 파는 단호박크림치즈 탕종식빵이었지만, 따뜻한 물을 머금게 해서 천천히 발효시키는 탕종 반죽처럼 삶이 우리를 찢어 놓을 때 되도록 많은 용기를 장착해서 부드럽게 결대로 찢어지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주문처럼 되뇌게 된 탕종이라는 단어는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려 한 사람의 집이자 우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선정 작가들의 북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선정 작가들의 북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어린이 원북 <거짓말의 색깔>(오늘책) 저자 김화요 작가는 “제가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거짓말의 옳고 그름, 거짓말이 좋고 나쁘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거짓말 안에 숨겨진 이유나 마음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면서 “이 친구가 왜 그런 식의 거짓말을 했을까를 이해해 보는 시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작가 개인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를 묻는 질문에 김화요 작가는 “초등학생 때 옆 반 담임 선생님이 유명한 동화작가였는데 그때 막연하게 동화작가를 꿈꿨고, 마침내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아이들 이야기가 하고 싶어져 작가가 되었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과 함께 등단(장편동화 <정교>로 제24회 MBC 창작동화대상 수상)한 백온유 작가는 “얼떨결에 작가가 돼 떳떳하지 못한 느낌이 항상 있었다”고 고백하면서 “책이 나왔는데 2년 정도 청탁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고, 편의점과 과외 등 잡다한 알바를 하며 보낸 시기가 개인적으론 많이 힘들고 아팠지만 결과적으론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페퍼민트>가 나온 뒤 내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이 있었는데, 원북원부산에 선정됨으로써 ‘가는 길’에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 부산 시민에게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작가 지망생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묻는 질문에 안 작가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책을 많이 읽는 건 정말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런데 책보다 중요한 건 삶과 사람을 이해하는 통찰력인 것 같아요. 한 사람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려고 하고, 스쳐 지나가는 단어 하나에도, 혹은 누군가의 표정 하나, 익숙했던 장면 하나에도 혹시 삶이 나를 위해 비밀의 한 조각을 숨겨 놓은 건 아닐까 생각하면서 한 번 더 들여다보는 과정이 필요할 겁니다.” 그는 또 “<단어의 집>을 다 읽고 덮는 순간 가장 간절히 원하는 독후 활동은 여러분이 원하는 단어의 집을 새로 써 내려가는 것”이라면서 “각자 단어의 집으로 연결해서 채워 나가는 작업을 해 나가는 게 가장 큰 바람”이라고 소망했다.

원북원부산 20주년을 기념해 올해 특별히 추가된 ‘부산’ 부문 원북 <망치질하는 어머니들 깡깡이마을 역사 여행>(너머학교)의 저자 박진명 작가와 그림 김민정 작가는 “부산엔 다양한 역사적 자원이 있는데 잘 기록하지 못하는 건 아닌가 싶었고, 가까이 있어서 덜 아끼는 경향이 있는 것도 안타까웠다”는 말로 책 작업을 시작한 계기를 설명했다. 두 사람은 또 “이번 원북 선정을 계기로 가까이 있는 우리 부산의 이야기를 전하는 충실한 여행안내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특히 박 작가는 “원북원부산 20주년이 아니었으면 부산 섹션이 탄생하지 않았을 테고, 코로나19로 책 작업이 늦춰졌는데 오히려 게을러서 좋은 일이 되었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원북원부산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원북원부산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김은영 선임기자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원북원부산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5일 오후 부산학생교육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참석 내빈들이 원북원부산 선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한편 이날 원북원부산 어울림한마당에는 하윤수 부산교육감을 비롯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 신정철 부산시의회 교육위원장, 조정권 국회부산도서관장, 천정숙(시민도서관장) 원북원부산 공동 운영위원장 등 700여 명이 참석했다. 소리숲 앙상블의 1부 오프닝 공연과 밴드 휴고의 2부 축하 공연, 그리고 원북원부산 20주년 축하 영상 상영과 기증식 등으로 진행됐다. 이날 참석자에게 무료로 나눠준 올해의 책은 ‘원북 독서 릴레이’란 이름으로 10월 말까지 부산 전역의 시민들이 돌려 가며 읽게 된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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