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새로움 탐구, 다른 아름다움으로 이끌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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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작가 3인전 ‘뉴 오브젝트’
5월 7일까지 소울아트스페이스

고명근 '구성 요소 #1'.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고명근 '구성 요소 #1'.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연구는 계속되고 작품은 변화한다.

평면·입체·사진·설치를 넘나들며 새로움을 탐구해 온 중견작가 3인의 작품을 함께 즐기는 전시. 부산 해운대구 소울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리고 있는 ‘New Objects: 뉴 오브젝트’에서는 고명근, 손봉채, 채은미 작가가 만든 세계를 만날 수 있다. 각 작가 고유의 스타일이 반영된 신작 등 25점을 소개하는 전시는 5월 7일까지 이어진다.


고명근, 이미지 중첩 새 공간 구성

손봉채, 각 나라 국화 소재로 작업

채은미, 골드 큐브 각도 변화준 작품


고명근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작가는 촬영한 이미지를 OHP필름에 인쇄하고 투명 플렉시글라스에 압착한다. 각 판을 인두로 접합해 만든 조형물로 2차원과 3차원을 혼합하는 것이다. 고 작가는 파노라마 형식의 화면 구성을 보여준다. 하늘, 구름, 실내 공간과 인물 이미지를 중첩한 ‘구성요소’ 시리즈로 작가는 ‘몽환적 장면’을 연출했다.

고 작가는 20년 이상 수집한 수십만 장의 사진 중에서 이미지를 선택, 재구성하는 작업 과정을 거친다. 신작 ‘창사’ 시리즈는 중국 창사 지역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사용한 작품이다. 시간과 각도의 차이를 두고 촬영한 이미지로 창사의 거리를 새로운 공간으로 구성했다.

손봉채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손봉채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손봉채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 연작.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손봉채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 연작.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손봉채 작가는 소나무를 소재로 한 ‘이주민’ 시리즈로 유명하다.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그린 나무와 구름 이미지를 겹쳐 한 곳에 뿌리 내리지 못한 현대인의 이야기를 풀어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을 보여준다. 손 작가의 꽃 작업은 프랑스 공항에 여러 나라의 국기가 걸려 있는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손 작가는 “오랫동안 꽃 작업을 하고 싶었지만 어떤 내용으로 접근할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고 밝혔다.

손 작가는 한국, 독일, 말레이시아, 영국, 중국, 캐나다 등 각국의 국화를 통해 꽃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여러 이야기를 전한다. ‘지구라는 화병’ 안에 각 나라를 상징하는 국화를 하나 하나 그려 나가는 작업에는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들어간다. 손 작가는 국화를 그리며 국가들 사이의 정치·역사적 관계 등을 떠올리며 작업을 한다. ‘현상과 본질(꽃들의 전쟁)’ 연작에서 작가는 겉으로는 평화롭지만 속으로는 복잡한 지구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채은미 'Hexagon-Eternal life butterfly(Psa121:1-8)'.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채은미 'Hexagon-Eternal life butterfly(Psa121:1-8)'. 소울아트스페이스 제공
채은미 작가의 작품은 바탕의 자개 그림과 함께 주변 풍경을 비춘다. 오금아 기자 채은미 작가의 작품은 바탕의 자개 그림과 함께 주변 풍경을 비춘다. 오금아 기자

채은미 작가는 골드 큐브와 자개, 빛을 이용한 작업을 선보인다. 채 작가는 일본 동경예술대학 대학원을 다니며 ‘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오랫동안 색채 연구에 집중했던 채 작가는 금을 연구했고, 금박을 겹쳐 올린 회화 작업을 선보였다. ‘골드 큐브’ 작업은 금을 좀 더 입체적이고, 현대적으로 해석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금, 자개, 옻이 함께하는 현재의 작업이 완성됐다.

채 작가는 자개 위에 나비와 꽃의 이미지를 그리고, 위에 큐브를 올린다. 화려한 색채의 그림은 큐브에 투영되고 반사되며 스스로 빛을 낸다. 작가에게 있어 금은 변치 않는 영원성, 자개는 강인한 생명력, 화려한 색채는 생명의 에너지, 빛은 불변의 진리를 상징한다. 채 작가의 작품은 보는 방향에 따라 비치는 이미지와 빛의 느낌이 다 다르다.

채 작가는 신작에서 큐브의 각도에 변화를 줬다. 수직과 수평으로만 놓았던 금색 큐브를 육각 형태로 배치한 작품 안에는 다양한 도형이 존재한다. 채 작가는 “멀리서 보면 꽃의 형태가 되기도 한다”며 “작품을 통해 상처받은 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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