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거꾸로 간다] 새로 보는 노년
한동희 노인생활과학연구소 소장
지난달 80% 이상 인구가 노인으로 구성된 경남의 한 마을을 찾았다. 이 마을의 청년은 70대였다. 활동적인 모습으로 마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나 재학생 1명만 있어도 폐교되지 않을 초등학교가 곧 폐교될 것이라는 소식을 전하는 모습은 무척 아쉬운 듯했다.
예측되지 못했던 일이었을까? 무엇을 준비하지 못해서 맞는 결과일까? 다시 마을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방법은 무엇일까? 노인이 많은 마을은 비전과 희망이 사라지는 것일까? 2006년 일본 큐슈지역의 한 작은 섬을 방문했을 때 떠올렸던 질문이 자연스럽게 다시 소환되었다.
일본은 노인이 많은 지역에 젊은이들을 유입할 방법을 적극 찾았다. 벤처타운을 설립하고 자연과 공학도들의 삶을 병행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도 냈다. 리빙랩, 스마트팜 도시와 연계방안 마련하고 각종 컨벤션 부스에서는 도시와 작은 마을을 연계하는 전략을 적극 홍보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외국의 노년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는 워크숍도 자주 열어 그 대안을 찾고자 했다.
요즈음 각종 위원회에 참석해 보면 청년 이슈가 중요하기 때문에 노년 이슈는 우선순위에서 밀린 듯한 느낌을 자주 받는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인구 균형을 위한 저출생률에 대한 대책과 청년을 위한 안정된 일자리 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초고령사회 역시 손놓고 기다릴 수 없는 심각한 문제다. 가만히 둬도 저절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노인들은 많은 영역에서 변화하고 있다. 70대를 노인이라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건강하고 자신의 삶을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을 전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귀한 자원이다. 노인의 85%는 건강하고 활기찬 노년을 보낸다. 이를 위한 정책 준비를 우리는 얼마나 하고 있는가 떠올리면 의문만 남는다. 나이라는 잣대로 이들을 일찍부터 노인처럼 행동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문제다.
노년을 새롭게 볼 힘은 노인에 대한 인식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노년을 부정적으로 보게 되면 노인과 의사소통은 물론 의료를 비롯해 복지, 보건, 산업, 교육, 일자리 등 다양한 영역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은 노년의 새로운 변화를 하고자 노력하는 어르신들의 분발을 가로막는다. 아직도 좌식 생활을 해야 하는 경로당, 재활을 포기하게 하는 노인 병원, 학습자를 무시하는 노인 교육 강사, 천편일률적인 각종 노인 프로그램, 어르신 시설을 어르신 유치원(노치원)이라고 부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사회가 진정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선배 시민으로 살아가는 노년의 질 높은 삶을 구축하기 위해 진정으로 무엇을 변화시켜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