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스쿨존 불법 정차가 영도 등굣길 참사 불렀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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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정차 전면 금지 구간 하역 작업
미끄럼 방지 고정 시설조차 미비
잦은 불법에도 관리·감독은 전무
경사지 많은 부산 전역 위험 상존
경찰, 안전 조치 여부 등 수사 착수

지난 28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후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인근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숨진 아이를 추모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지난 28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후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인근 지역 주민과 학생들이 숨진 아이를 추모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0세 여아의 죽음을 초래한 부산 영도구 등굣길 참사(부산닷컴 4월 28일 보도)는 처음부터 법적으로 금지됐던 하역 작업을 하다가 벌어진 ‘인재’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정차도 금지된 어린이보호구역 도로에서 장시간 위험한 하역 작업을 반복하다가 결국 어린 생명을 앗아 가는 사고가 난 것이다.

30일 영도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참사와 관련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수십 분 동안 화물 하역 작업이 이뤄진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는 주·정차가 금지돼 있는데도 청학동 어망 제조업체가 지난달 28일 오전 8시께부터 20분가량 공장 앞 도로 1개 차선을 컨테이너 차량으로 점령하고 작업을 하다 사고를 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하역 작업과 관련해서 사고 예방을 위한 작업계획서 작성, 신호수 배치 여부 등 안전 관련 조처 전반에도 경찰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영도경찰서 관계자는 “아직 수사 초기라서 명확한 혐의나 사고 경위는 나오지 않았다”며 “다만 어린이보호구역의 도로를 장시간 점령해 작업을 한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2021년 10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특정 시간대 어린이보호구역 내 주정차를 전면 금지로 확대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 불법 하역작업은 지속해서 벌어졌지만, 지자체 등의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전이 연일 강조되지만 여전히 안전 사각지대가 남아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영도구청이나 부산시 등 행정기관을 향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사고 현장에서 만난 인근 주민은 “평소에도 여기에서 하역 작업이 이뤄졌다. 어망이 원형인데도 굴러가는 걸 방지할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인도에 2단으로 어망을 쌓는 것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며 “사진을 찍어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바뀌는 게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영도구 등굣길 참사는 산복도로와 경사길이 많은 부산에서 비슷한 형태로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대책을 주로 차량 사고 위주로 마련하다 보니 하역 작업 사고 같은 특수한 경우에 대한 대비는 부족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통상 어린이보호구역에는 사고 위험이 크거나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들어설 수 없지만, 세부적인 외부 작업의 위험 가능성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사고가 난 도로는 경사도가 10~15도에 이르는 급경사지다. 이런 도로에서 원형 적재물을 하역하는 불법 작업이 반복됐는데도 관리가 되지 않은 만큼 영도구 외 다른 지역에서도 어린이보호구역 관리에 허점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와 관련, 영도구청 관계자는 "구의회와 통학로 안전 보호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오전 8시 22분께 영도구 청학동 한 어망 제조업체 앞 도로에서 1.7t 규모의 대형 원형 어망실 하역 작업 중 어망실이 지게차에서 떨어져 170여 m 정도 내리막길을 빠른 속도로 굴러가다 초등학생 3명과 30대 여성 1명 등 4명을 덮쳤다. 이 사고로 10세 여아가 숨졌고, 나머지 3명은 부상을 입었다. 어망이 이들을 덮치기 전 인도에 세워진 안전펜스에 부딪혔으나 펜스는 찌그러지며 쓰러져 보호 기능을 하지 못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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