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상자 10명 ‘에쓰오일 폭발 사고’ 외국인 CEO, 처벌 대상서 빠졌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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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아람코 소속 알 카타니 대표이사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검찰 송치 제외
“CSO인 부사장이 방패막이 역할” 비판
“외국계 기업 적용 현실적 한계” 지적도

지난해 5월 폭발 사고가 발생한 울산 에쓰오일 온산공장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5월 폭발 사고가 발생한 울산 에쓰오일 온산공장 모습. 부산일보DB

속보=에쓰오일이 지난해 5월 사상자 10명을 낸 울산 공장 폭발 사고(부산일보 2022년 5월 23일 자 8면 등 보도)와 관련해 외국계 기업으로서는 처음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조사를 받았으나, 후세인 에이 알 카타니 대표이사는 검찰 송치 대상에서 제외된 사실이 확인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외국계 기업에 적용하는 데 있어 현실적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는 울산 에쓰오일 폭발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이 회사 최고안전책임자(CSO) 이민호 부사장을 최근 울산지검에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한 인명 피해를 내는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한 법안이다. ‘한 국가의 영토 안에 있는 사람은 해당 국가의 법을 적용받는다’는 속지주의에 따라 외국계 기업도 해당된다. 관건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가다.

당국은 이 회사의 안전 경영에 문제가 있다고 보면서도 외국인 CEO에게 실질적 책임을 지우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 폭발 사고 이후 알 카타니 대표가 외국인 CEO 중 1호로 처벌될 위기에 놓였으나 결국 검찰 송치 대상에서 빠져 형사 처벌을 모면한 것이다.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기소 인원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통상 고용노동부와 검찰이 송치 전 협의를 거치는 만큼 큰 변동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알 카타니 대표는 에쓰오일 모회사이자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인 아람코 소속이다.

특히 이번 사례를 계기로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했을 때 ‘CEO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일이 외국계 기업에서 두드러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건설과 화학 등 산재가 잦은 업종의 주요 기업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해 CSO 직책을 신설하거나 관련 조직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경우 2018년 CSO를 도입했고 지난해 3월 이민호 부사장을 신규 선임했다.

에쓰오일 폭발 사고 수사는 그간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됐다. 울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가 업무상과실 혐의를, 부산고용노동청 광역중대재해수사과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부산고용노동청 경남권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각각 조사했다. 경남권중대산업사고예방센터는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에쓰오일 정유생산본부장과 생산운영본부장, 사고 공정에 투입된 협력업체 대표까지 3명과 원·하청 법인 2곳을 검찰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경찰이 지난해 가장 먼저 에쓰오일 생산본부장 등 원·하청 관계자 16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이로써 경찰과 노동부 수사는 사고 발생 약 10개월 만에 모두 마무리된 셈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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