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HSG성동, 선박 건조 대신 해상풍력에 ‘올인’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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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구조물 먹거리 삼아 제2의 도약
2027년 수주 2조, 매출 1.5조 달성

통영시 안정국가산단에 사업장을 둔 HSG성동.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에 맞춰 주력 사업군을 조선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로 전환하기로 했다. HSG성동 제공 통영시 안정국가산단에 사업장을 둔 HSG성동.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에 맞춰 주력 사업군을 조선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로 전환하기로 했다. HSG성동 제공

경남 통영에 사업장을 둔 중견 조선사 HSG성동(옛 성동조선해양)이 신재생 에너지 시장을 발판으로 재기에 나선다. 경쟁력이 떨어진 중소 조선 대신 해상풍력을 미래 먹거리 삼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 지역 경제를 견인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발돋움할지 주목된다.

HSG성동은 최근 이진상 대표이사, 박경태 노동조합 지회장, 신수현 협력사 대표 등 1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새 경영 비전 선포식을 열고 주력 사업군을 조선·해양플랜트에서 해상풍력 하부구조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날 새 슬로건 ‘가치에 도전’을 공개한 이진상 대표는 “신·재생 에너지의 무한한 잠재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면서 “변화와 혁신을 통해 미래 가치를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품질 경쟁력 강화 △신 경영체제 구축 △상생과 협력을 강조하며 “해상풍력 사업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사내 각 부문 대표 5명이 단상에 올라 비전 달성을 위한 세부 실천 사항을 낭독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구성원이 힘을 합쳐 나갈 것을 다짐했다.

HSG성동조선의 모체인 성동조선해양은 2003년 설립된 ‘성동기공’에서 출발한 중견 조선사다. 조선경기 호황을 타고 20만t급 이하 상선을 건조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중형 조선소로 급성장했다. 2000년 초반 수주잔량 기준 세계 8위까지 올랐다.

통영시 안정국가산단 내 HSG성동 작업장. HSG성동 제공 통영시 안정국가산단 내 HSG성동 작업장. HSG성동 제공

그러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에 따른 수주 부진과 파생상품 거래손실 등으로 경영난에 직면하자 2010년 채권단 자율관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4조 원 상당의 공적자금이 투입됐지만, 자력 회생에 실패하면서 2018년 3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계속된 회생노력에도 3번에 걸친 매각 시도가 모두 무산돼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가 2019년 12월 마지막 기회였던 4차 매각에서 HSG중공업·큐리어스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아 기사회생했다. 이어 2020년 5월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HSG성동’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수리 조선 물량을 소화하며 신조선 시장에서 재기를 노렸지만 여의찮았다. 코로나 사태로 가뜩이나 발주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 중국의 약진으로 주력 분야인 벌크선 시장 경쟁력도 약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최근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수요 증가와 함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해상풍력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세계 해상풍력 시장 규모는 매년 13%씩 성장해 2040년이면 지금의 15배인 1조 달러, 우리 돈 130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해상풍력발전기는 터빈과 날개로 이뤄진 상부구조물과 이를 지탱하는 하부구조물로 나뉘는데, HSG성동은 하부구조물에 주목했다.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개념도. 부산일보DB 해상풍력발전기 하부구조물 개념도. 부산일보DB

이는 1기 높이가 100m 안팎, 무게는 2000t을 웃도는 거대한 지지대다. 두께 10cm 이상의 두꺼운 철판(후판)을 자르고 붙여 만드는 방식으로 선박 건조 작업과 유사한 점이 많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타워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핵심 설비인 만큼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한다. 단가도 높아 통상적인 8MW급 해상풍력발전용이 기당 40~50억 원 수준이다.

안정국가산단에 자리 잡은 HSG성동은 해양 설비 제작 기술력에다 대형 구조물 대량 생산이 가능한 공간과 특화 설비 등 풍부한 인프라까지 두루 갖췄다. 이를 토대로 해상풍력 선두 주자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우선 2027년에는 수주 2조 원·매출 1조 5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잡았다. 이미 국내는 물론 대만, 일본 등 글로벌 기업들과 하부구조물 프로젝트 수주 협의를 진행 중이다.

HSG성동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신·재생 에너지 수요 증가로 해상풍력 시장도 폭발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해상풍력 시장 글로벌 리더로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 확보와 수익 구조 다변화를 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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