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목소리’ 빠진 어린이보호구역 ‘안전계획’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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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구 ‘교통안전계획’ 수립 때
교육청·학교, 회의 참석 못 해
통학로 개선 사항 등 의견 배제
실질적 보호 조치 밀려나기 일쑤
구청 “앞으로 교육기관과 협의”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영도구청은 2일 부산 영도구 등굣길 참사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등굣길 사고가 발생한 영도구 청학동의 어린이보호구역.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와 부산경찰청, 영도구청은 2일 부산 영도구 등굣길 참사 후속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 등굣길 사고가 발생한 영도구 청학동의 어린이보호구역.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달 28일 10세 여아의 목숨을 앗아간 등굣길 참사(부산일보 5월 1일 자 1면 등 보도)와 관련해,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안전 개선 방안을 담은 교통안전 시행계획 수립 때 정작 청동초등과 부산시교육청은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어린이보호구역 관리 당사자의 현장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던 탓에 실질적인 보호 조치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부산시교육청과 영도구청에 따르면, 매년 영도구청이 수립하는 교통안전 시행계획과 관련해 시교육청과 청동초등은 해당 계획 수립 회의에 참여하지 않는다. 청동초등뿐만 아니라 영도구 모든 초등학교가 교통안전 시행계획 논의 단계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통안전 시행계획 수립의 근거가 되는 교통안전법에 따르면, 계획 소관은 구청장이다. 구청장 재량으로 회의 참석자를 결정할 수 있는데, 영도구청은 교육기관은 배제한 채 구청과 경찰 양 측만 회의를 통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해당 계획은 주차장 조성, 불법 주정차 단속 등 교통안전 수준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가 매년 수립하는 것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 사업도 포함된다. 해당 계획은 교통 안전시설물 설치 등 통학로 안전을 위한 지자체 예산 편성의 근거가 된다.

이처럼 정작 계획 수립 단계에서 현장 목소리가 배제되면서, 학교 측이 시급하게 요구하는 사안은 계획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2023년도 영도구 교통안전시행계획’을 보면 청동초등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사업으로는 안전펜스 설치 사업만이 계획돼 있다. 불법 주정차 단속, 추락 방지 안전 가드레일 설치, 미끄럼 방지 조치, 횡단보도 확보 등 청동초등이 요구한 것 중 극히 일부만 반영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4월 청동초등은 영도구청에 통학로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후문 통학로 급경사 지역에 과속 차량이 많아 차량의 인도 돌진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렴할 기회 조차 없이 마련된 ‘손 쉬운’ 계획 탓에 어린이보호구역이 지속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교육청은 계획 단계부터 지자체와 교육기관 사이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질적으로 학교가 통학로까지 관리하는 것을 고려하면, 학교 인근 어린이보호구역의 안전 계획 수립에도 교육기관의 의견 반영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부산시교육청 신용채 안전기획과장은 “교육기관 측에서 지자체에 건의한다지만, 체계적인 관리도 보장되지 않고 계획 수립 단계에서 누락될 가능성도 크다”며 “현장을 잘 알고 있는 교육 쪽 관계자들과 지자체가 직접 논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영도구청 관계자는 “시행계획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그때그때 학교 측으로부터 통학로 개선 건의사항이 들어오면 예산을 확보해 조치에 나서고 있다. 예산이 너무 많이 들거나 사유지 등 문제가 복잡한 요구사항은 당장 계획에 반영하기 어렵다”면서 “향후에는 교통안전 시행계획을 세우기 전에 충분히 교육기관과 논의하고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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