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금니에 숨어 있던 충치? 범인은 숨어 있던 매복 사랑니!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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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 내로 완전히 나오지 않은 매복 사랑니
충치, 주변 염증, 치열 방해 등 문제 일으켜
관리 어렵고 지속해서 염증 생기면 발치해야

구강 내로 완전히 나오지 않고 잇몸 속에 숨어 있는 사랑니는 충치, 염증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구강 내로 완전히 나오지 않고 잇몸 속에 숨어 있는 사랑니는 충치, 염증 등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20대 A 씨는 양치질을 열심히 하고 정기적으로 치과 검진을 받는 등 구강 관리를 열심히 한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양치할 때 아래쪽 어금니가 깨끗하게 안 닦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니 한 번씩 통증이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에 일어나니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얼굴이 부어 있었다. 급하게 치과를 찾은 A 씨는 ‘매복 사랑니로 인해 염증이 생겼고 사랑니 앞의 어금니에 우식증(충치)이 생겼다’는 진단을 받았다.


■잇몸 속에 숨어서 문제 일으키는 사랑니

매복 사랑니란 구강 내로 완전히 나오지 못하고 잇몸 안에 남아 있는 상태의 제3대구치(큰 어금니 중 세 번째 위치)를 말한다. 사랑니는 12~25세 사이에 형성되는데, 구강 내로 이가 나오지 않으면 ‘나는 사랑니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에도 잇몸 안에 존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사랑니가 겉으로 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턱에 공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섭취하는 음식에 변화가 생겨 부드럽고 덜 거친 음식을 먹게 되면서 과거보다 턱뼈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사랑니가 나올 수 있는 공간도 점점 줄어들면서 턱뼈 안에 남아 있거나 일부만 나오게 된다.

매복돼 있는 사랑니는 여러 문제를 일으킨다. 사랑니는 제일 안쪽에 위치한 데다 위치와 모양이 기형인 경우가 많아 양치가 어렵기 때문에 충치가 잘 생긴다. 사랑니뿐 아니라 사랑니 앞의 어금니에 충치가 생기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단순히 때우는 치료만으로 해결되지 않고 신경치료와 보철치료까지 진행해야 한다. 우식이 너무 많이 진행됐다면 사랑니와 사랑니 앞 어금니까지 발치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랑니 주변의 잇몸이나 주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치관주위염(지치주위염)도 나타난다. 사랑니가 맹출 중이거나 매복된 경우에 염증이 더 발생하기 쉽다. 염증이 생기면 주변 조직의 불편함, 입 냄새, 통증은 물론 심하면 고름이 생기고 입을 벌리기가 힘든 경우도 있다. 또한 사랑니가 정상적인 위치로 나오지 못하고 전후 또는 좌우로 틀어져 일부만 나오면서 옆 어금니를 손상시키거나 옆 어금니의 위쪽을 덮어 맹출을 방해하기도 한다.


부산의료원 치과 김선영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부산의료원 치과 김선영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관리 어렵고 계속 염증 생긴다면 발치해야

사랑니는 최후방에 위치한 데다 하치조신경과 근접해 있는 경우가 많아 매복의 정도와 위치 등을 확인해야 하므로 파노라마 사진을 촬영한다. 사진상으로 신경관과 너무 많이 근접해 있으면 구강 CT 촬영을 추가하기도 한다.

사랑니가 정상적으로 맹출했고 관리가 어렵지 않다면 치아를 보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복돼 있으면서 관리가 어렵고 지속적으로 염증이 발생한다면 발치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매복 사랑니는 잇몸을 절개하고 이를 조각내거나 턱뼈를 삭제하면서 발치한다.

부산의료원 치과 김선영 과장은 “아래턱은 하치조 신경과 근접해 있고 위턱은 상악동과 근접해 있기 때문에 매복 사랑니를 발치할 때는 경험 많은 전문의가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랑니를 발치하고 나면 심하게 붓거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증상이 심하다면 상황에 맞는 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보통 발치 후 2시간 정도 지나면 지혈이 되는데, 2시간이 지나도 피가 계속 스며 나오거나 덩어리로 피가 나오는 경우에는 지혈제 삽입과 압박 등의 추가 치료를 한다. 부기는 2일 정도 지나면 많이 가라앉지만 3~5일까지 지속되면 추가적인 약 처방이 필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면 창상의 감염 증상일 수 있다. 혈병(피딱지)이 떨어져 생긴 건성 발치와(dry socket)가 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때는 염증 조직을 제거하고 혈병이 다시 생기도록 유도하는 치료를 한다. 발치 후 감염이 심해 입이 잘 안 벌어지거나 고름이 차 있는 경우는 절개 후 고름을 빼내야 한다. 봉합사를 제거한 후에도 입이 잘 벌어지지 않으면 개구운동요법을 시행한다.

사랑니 발치 후 지혈을 위해 거즈를 물고 있는 동안에는 침과 피를 뱉지 말고 삼키는 게 좋다. 발치 당일은 가벼운 샤워 정도만 하고 흡연, 음주, 과격한 운동은 피하고, 2~3일 냉찜질을 하면 부기 감소에 도움이 된다.

김선영 과장은 “사랑니 발치 구멍은 한 달에서 한 달 반 사이 서서히 메워진다”며 “발치한 부위의 앞쪽 어금니가 시리거나 아픈 느낌은 일시적인 증상이며, 발치 후 2~3주간은 딱딱하거나 너무 찬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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