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꽃보다 축제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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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우 부산관광공사 글로벌마케팅팀 선임매니저

사시사철 각종 축제로 전국 들썩들썩
국내 대부분 지자체 주도로 개최

브라질 카니발, 독일 옥토버페스트…
주민이 만들고 즐기며 계승 발전시켜

세계적인 행사로 발돋움 위해서는
민간 참여 확대 프로그램 개발 절실

꽃 축제의 계절 봄이 마지막 절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2월 말부터 시작한 봄의 전령사 꽃은 축제로 온 국민의 마음을 울렁울렁 엉덩이를 들썩들썩하게 한다. 봄이 가장 먼저 오는 제주 유채꽃 축제로부터 광양 매화, 구례 산수유, 진해 군항제와 경주의 벚꽃, 부산 낙동강 유채, 충남 아산 튤립 수선화 축제 등 도심에 가까운 축제들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이게 끝이 아니다. 꽃 축제는 계절의 여왕 5월로 이어진다. 남쪽을 시작으로 산 능선을 타고 북상해 6월 초순까지 온 산 능선을 물들이는 철쭉이 바통을 이어 받아 대미를 장식할 예정이다. 꽃놀이의 역사는 그리 짧지 않다. 꽃놀이는 상화(賞花), 또는 심화(尋花), 심방(尋芳)이라고도 한다. 봄이 되면 궁 안팎 여러 곳에서 꽃놀이가 열렸는데, ‘국조보감(國朝寶鑑)’에는 조선 중종 때 경회루 아래에서 상화연을 베풀었다는 기사가 있다. 단순히 꽃만 보자는 게 아니라 봄의 기운을 자연과 함께 나누자는 뜻이 담겨 있다. 고려 말기 문인 이규보는 ‘봄날 흥이 일어서(春日寓興)’라는 시에서 “새도 종일 쉬지 않고 지저귀며 웃으니/ 새도 꽃놀이 즐기는 소리인 줄 어찌 알지 않겠는가”라고 새도 사람처럼 꽃놀이를 즐긴다고 노래했다. 정조는 매년 봄 신하들과 함께 창덕궁 비원 연못 등에서 꽃놀이하면서 낚시하는 상화조어연(賞花釣魚宴)을 베풀었다. 정조가 한 수를 읊으면 신하들이 화답하는 연회였는데, 정조 19년(1795)의 상화조어연에는 정약용도 참가했다고 한다.

봄꽃 축제를 시작으로 공연예술형, 전통문화형, 지역산업형, 자원특화형, 환경특화형 등 다양한 콘텐츠를 주제로 한 축제가 올해에만 부산 54개, 경남 142개를 비롯해 모두 1129개가 개최된다. 소규모의 지역 상권 연계 축제는 이보다 훨씬 더 방대하다. 이런 축제 중 일부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 확대를 통해 세계적인 축제 육성 및 지역 관광 활성화를 기본 방향으로 두고, 전국의 전통문화와 독특한 주제를 배경으로 한 지역 축제 중 관광 상품성이 큰 축제를 대상으로 1995년부터 해마다 지속인 예산지원을 통해 육성하기도 한다. 부산은 전국 32개 문화관광축제 중 광안리어방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어 있고, 예비 문화관광축제로 영도다리축제와 동래읍성축제가 있다.

이렇게 1100개 이상의 대한민국(인구 5170만 명)의 축제 개최 현황을 보고 너무 많다고 부정적인 시각을 갖는 전문가도 많다. 하지만, 일본(인구 1억 2500만 명)은 3만~4만 개, 스페인(인구 4700만 명)은 10만 개 이상의 축제가 연중 개최된다. 이들 축제는 관이 아니라 민간 주도가 대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관 주도 축제가 많은 것은 사실인 듯하다. 관 주도의 축제란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된 축제를 의미한다. 이런 축제는 경제적 파급 효과, 일자리 창출 효과, 도시 브랜드 홍보 효과 3종 세트가 반드시 결론에 도출되지 않으면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주민의 참여와 행복은 측정 평가 항목에는 없다. 이런 측면에 대한 아쉬움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추측된다.

축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어디에서 그 문제 의식이 발생했을까. 축제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니, “지역 사회 또는 사람들이 기념하는 특별한 행사로 종교적, 문화적 또는 계절적일 수 있으며 퍼레이드, 잔치, 음악, 춤 및 기타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다양한 활동으로 전 세계 많은 문화에서 중요한 활동이다. 종종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유된 전통과 가치를 축하하는 방법으로 사용되고, 지역 사회가 역사, 예술, 음악 및 기타 문화적 측면을 방문객과 외부인에게 보여 주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라고 정의된다. 결국 축제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해소할 단서는 해당 지역 주민이다.

1950년 패전 극복을 위해서 지역 사람들이 만든 눈 조각 등을 전시하기 시작하여 123년간 개최되고 있는 일본 삿포로 눈 축제, 1810년 왕실의 결혼 축하 공연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 200만 명 이상이 찾고 있는 독일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 1723년 지역 사람들의 종교 생활에서 시작하여 3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브라질 리우 카니발 등 모두 지역 사람들이 만들고 즐기면서 발전 계승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축제의 생산자도 소비자도 세계적인 문화관광축제로 계승 발전시킬 핵심은 결국 그 지역 주민이라는 이야기다.

먹고 마시고 지극히 즐겁게 놀 수 있는 축제가 봄의 전령사인 꽃을 매개로 화려한 포문을 열었다. 여전히 다양한 콘텐츠의 축제들이 올 한 해 전국에서 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는 축제 주체인 주민의 참여가 확대되는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져 일상의 축제로, 주민들이 우리 동네에서 열리는 축제에 언제 어디서나 기꺼이 주인공으로 참가하고 즐길 수 있는 한마당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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