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서 생각나 어린이날 집 밖에 못 나갈 것 같아” 영도 등굣길 참사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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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전 희생자 추모 이어져
학교 인근 아이들 사고 위험 여전
학부모회·구청·구의회 대책 논의
유가족 고통 속 재발 방지 노력도

지난 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학생들이 글을 남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1일 부산 영도구 청학동의 한 스쿨존 사고 현장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서 학생들이 글을 남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산 영도구에서 발생한 등굣길 참사(부산일보 5월 1일 자 1면 등 보도)를 추모하기 위한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유족은 하늘로 먼저 떠나버린 아이를 눈물로 그리워했고, 지역사회에서는 뒤늦게나마 재발 방지를 위한 움직임이 분주했다.

4일 오전 10시께 찾은 영도구 청학동 청동초등 후문 통학로. 지난달 28일 사고로 숨진 황예서(10) 양을 위해 마련된 추모 공간에는 국화꽃이 가득했다. 학교 인근을 지나는 주민들은 국화꽃으로 가득한 추모 공간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예서 양이 좋아할 만한 간식이나 장난감을 사 와 추모 공간에 놔둔 뒤 성호를 긋거나 조용히 고개를 숙이는 주민도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그날 나도 사고 뒷수습 현장을 지나갔다. 아이가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은 나중에야 알았다”며 “그날 이후 동네 주민 모두가 슬픔에 잠겨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손수건으로 눈가에 맺힌 눈물을 연신 훔쳐냈다.

참사 이후 학교 주변엔 아이들을 마중 나오는 학부모들이 크게 늘었다. 통학 안전 도우미로 활동 중인 70대 전 모 씨는 “가뜩이나 차량 통행도 잦은데 사고 이후 아무래도 더 긴장하면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다”며 “매일 같이 아이들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너무나도 작은 아이가 사고를 당해 말할 수 없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사 발생 이후에도 학교 인근 도로에서는 불법주정차들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횡단보도 주변까지 막아선 불법주정차 차량은 다른 운전자의 시야를 가렸고, 운전자들과 아이들은 여전히 아찔한 ‘눈치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달리는 학원 차량, 화물 차량의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됐다. 급경사인 이곳의 지형을 고려하면 언제든 사고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불안한 상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 같은 불안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청동초등 학부모회는 이날 오후 1시 영도구의회에서 안전 통학로 조성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구의원, 영도구청 교통과, 도시안전과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참사 이후 학부모와 구청 관계자가 만나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서 학부모회는 여전히 통학로 곳곳에서 사고 가능성이 발견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청동초등 정해순 학부모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통학로 인근 골목길은 보도와 차도의 구분도 없어 위험천만한 상황”이라며 “골목을 일방통행으로 바꿀 것을 제안하고, 함께 강구할 수 있는 다른 안전 대책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하루아침에 생때같은 딸을 잃은 유가족도 힘든 날을 보내고 있다. 예서 아버지 황 모 씨는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나 “이겨낸다는 말이 적절한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겨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밖에 나가면 예서가 계속 생각날 거 같아서 어린이날에는 아마 가족과 집에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커뮤니티에 예서랑 추억들을 예서 사진과 함께 기록용으로 올릴 예정”이라며 “참사 이후 다른 아이가 안 다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책 마련 등 다른 학부모들과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 많이 지친 상태”라고 털어놨다. 앞서 황 씨는 지난달 3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부산 영도구 청학동 A 양 아빠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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