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전초등 학생들, 학교 담장 옆 어르신께 ‘카네이션 효도’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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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학년 50여 명 어버이날 행사
꽃·편지·간식 전달·위문공연
리코더 연주에 트로트 열창도
"평소 안전 지도·도로 청소 답례"

어버이날인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교 주변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와 카네이션을 전달한 뒤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어버이날인 8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이 학교 주변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편지와 카네이션을 전달한 뒤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어버이날이란 것도 몰랐는데 카네이션부터 편지까지 정말 고마워요.”

8일 오전 9시 30분 부산 부산진구 부전초등학교 옆 골목의 주택에서 50년이 넘도록 거주 중인 이숙희(80) 씨는 부전초등 6학년 학생들의 방문을 받고 웃음꽃이 폈다. 아들과 손주 모두 부전초등 졸업생이라서 이 씨에게 학생들은 특히 남다른 존재다. 학생들은 “할머니”라고 외치며 작은 손으로 집을 똑똑 두드린 뒤 수줍은 듯 고개를 살짝 숙여 카네이션과 편지, 간식거리를 이 씨에게 건넸다. 수줍음도 잠시, 보여 줄 공연이 있다며 트로트를 열창했다. 학생들의 재롱에 이 씨도 박수로 호응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 씨는 “손주 같은 아이들이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다”며 “잊지 못할 어버이날”이라고 말했다.

부전초등 학생들은 어버이날을 맞아 학교 담장 인근 주택가에서 홀로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학생들은 미리 준비한 꽃을 건네고 공연을 뽐내며 주민들에게 잊지 못할 하루를 선사했다.

부전초등 담장과 1m 거리에 불과한 주택가. 형형색색 옷을 입은 부전초등 6학년 학생 50여 명은 한 손에 선물 꾸러미를 들고 신이 난 듯 골목을 뛰어다녔다. 학생들은 오전 9시 30분부터 30분 동안 4명씩 모둠을 지어 학교 옆 주택에 홀로 사는 노인 20여 명의 집을 방문했다. 감사 인사를 꾹꾹 눌러 담아 쓴 편지와 카네이션, 간식거리를 챙겨 소중한 마음을 전달했다.

문을 활짝 열어준 주민들 앞에서 학생들은 저마다 준비한 장기를 자랑했다. 리코더 연주를 준비한 양지현(12) 군은 긴장한 듯 리코더를 잡은 손을 잠시 떨었지만 이내 맑은 소리를 내 주민들의 미소를 자아냈다. 주민 오경기(75) 씨는 “학생들의 방문과 공연에 아침부터 힘이 난다”며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학교를 졸업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전초등 학생과 주민 사이는 각별하다. 주민들은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게끔 안전 지도를 하거나 도로 청소를 도맡아 한다. 교문 앞에서 도로 공사가 한창이라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어버이날을 기념해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를 직접 준비했다. 학교도 학생들의 취지에 공감해 적극적으로 팔을 걷고 나섰다. 내년 어버이날에도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주민들 앞에서 트로트를 열창한 조예준(12) 군은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게 CCTV 역할을 하는 어르신들에게 감사하다”며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트로트를 준비했는데 연습을 조금밖에 못 해 아쉽다. 예쁘게 봐 줬으면 좋겠다”고 멋쩍게 웃었다.

학생들은 낯을 가려 문을 열어 주지 않은 주민의 집 문고리에는 조심스럽게 선물을 걸어 놨다. 얼굴을 보고 선물을 전하고 싶었던 학생들은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내년에는 마음의 담장이 허물어지길 바라며 자리를 떠났다.

김난희(12) 양은 “준비한 공연을 재미있게 봐 준 어르신들 덕분에 우리도 뜻깊은 하루를 보냈다”며 “몇 명의 얼굴을 못 봐 아쉽기도 하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어르신이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양이 수업을 듣기 위해 떠난 오전 11시. 문고리에 걸려 있던 카네이션과 편지는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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