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100명 보내 청소… ‘회장님 카드’ 뇌물 받은 여단장
육군 예비역 장성,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자발적 봉사” 주장… 재판부 직무관련성 인정
육군 예비역 장성이 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 업체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 예비역 장성은 대가성이나 직무 연관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뇌물을 준 업체가 주최한 콘서트에 장병 100여 명을 동원해 안전관리와 청소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1부(부장판사 최지경)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예비역 장성 A(59) 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A 씨는 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인 2018년 10월께 해당 지역에서 식물원을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업체 회장 B 씨로부터 체크카드를 받은 뒤 2020년 12월까지 86차례에 걸쳐 737만 원을 사용하고 부인을 통해 현금 2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B 씨가 A 씨로부터 군부대와 관련된 부동산 정보를 제공받고 B 씨가 소유한 식물원 운영에 도움을 받기 위해 뇌물을 건넨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A 씨는 재판 과정에서 B 씨와는 직무 관련성이 없었고 친분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해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실제 A 씨는 2019년 10월께 B 씨가 소유하고 있는 식물원에서 개최한 평화콘서트에 장병 100여 명을 보내 안전관리 등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행사가 끝난 뒤 장병 40여 명은 콘서트장 주변을 청소하기까지 했다.
이를 두고 A 씨는 “이는 통상적인 대민 지원 범위에 속하고 군부대와 식물원 간 협약에 따른 것이며 장병들의 자발적 봉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콘서트장 청소 등이 통상적인 대민 지원 범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고 여단장의 지시가 있었던 이상 이를 장병들의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군부대 지휘관 업무의 공정성에 관한 사회적 신뢰가 훼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A 씨는 친분 관계로 인해 금품을 수령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는 등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군부대와 관련된 부동산 정보를 제공했다는 A 씨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