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췌장·담도암, 내시경 기법으로 잡는다
췌장·담도암의 최신 진단과 치료
초기 증상 없어 조기 발견 어려워
5년 생존율 전체 암 중 가장 낮아
일반 건강검진으로 발견은 한계
ERCP, 입원 짧고 합병증도 줄어
내시경초음파, 접근 힘든 부위 가능
모든 암은 치명적이지만 ‘더 치명적인’ 암이 있다. 바로 췌장암과 담도암이다. 해부학적 구조와 위치가 복잡해 검진이 쉽지 않은 데다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도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암등록통계(2016~2020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15.2%로 전체 암 가운데 가장 낮고, 그다음이 담도암(담낭암 포함)으로 29.0%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조기 발견 방법이나 약물 치료가 없어 예후가 불량하지만, 최근에는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 내시경 초음파 등 내시경적 진단·치료 기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부산부민병원 김형욱 의무부원장에게 췌장암과 담도암의 최신 진단·치료 기법에 대해 물었다.
-췌장암과 담도암의 생존율이 유독 낮은 이유는?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발견이 늦어져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비교적 초기에 발견하더라도 암세포가 주변 장기나 림프절에 퍼져 있어 완전 절제가 어렵고 재발도 빈번하다. 현재의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췌장암과 담도암의 의심 증상은?
“불행히도 두 암 모두 초기 증상이 없거나 소화장애와 같은 비특이적 증상이라 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없다. 하지만 병이 진행하면 만성적인 상복부 통증, 체중 감소, 황달 등의 뚜렷한 증세가 나타난다. 이런 증세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 진료를 받아야 한다.”
-발병 원인은 무엇이며, 가족력이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대부분은 외부인자에 의해 발생한다. 흡연, 과음, 비만, 당뇨, 간디스토마 감염 등이 중요한 원인이며, 일부는 유전성 질환과 연관 있다. 대표적인 유전 질환은 유전성 췌장염과 일차성 경화담관염 등이고, BRCA1 또는 BRCA2 유전자 변이와 연관된 질환, 린치 신드롬, 가족성선종용종증 등이 있다.”
-건강검진으로 췌장암과 담도암을 발견할 수는 없나?
“일반적인 건강검진으로 초기에 암을 발견하기 어렵다. 복부초음파검사나 혈청 암표지자 검사를 통해 주로 검진을 하는데 한계가 많다. 복부CT검사나 내시경초음파검사를 하면 발견율을 올릴 수 있지만 의료비용 상승과 부작용 등 사회적 비용 문제가 있다.”
-내시경 역행 담췌관 조영술(ERCP)과 내시경초음파란?
“ERCP는 일반적인 위·대장내시경검사와 달리 십이지장경과 방사선투시기를 이용해 십이지장 유두부를 통해 담관과 췌관을 조영하고 검사하는 시술이다. 기존의 중재적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을 내시경적 접근으로 해결할 수 있어 입원 기간 단축과 합병증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내시경초음파는 내시경검사와 초음파검사를 조합시킨 진단장치로, 내시경 끝부분에 장착한 고주파의 초음파 진동자를 이용해 소화관과 주변 장기의 병변을 진단한다. 복부초음파로 접근이 어려운 부위도 가까이 접근해 조직검사도 시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세침흡인검사와 배액술을 시행할 수 있다.”
-ERCP와 내시경초음파를 시행할 때는?
“CT나 MRI 검사로는 감별하기 어렵거나 관찰이 어려운 질환에 대해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총담관의 미세담석증과 췌장 종양의 조직검사, 위장관의 상피하 종양을 진단하는 데 가장 많이 사용한다. 치료 적응증은 주로 총담관 담석의 제거, 폐쇄성 황달의 담즙배액술, 췌장 낭종이나 복강내 농양의 흡인이나 배액에 사용한다.”
-ERCP 시행 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십이지장내시경이라는 특수내시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내시경 삽입이나 조작이 쉽지 않고 시술 과정이 어렵다. 치료 과정에서 치명적인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적인 수련 과정을 거친 췌장담도내시경 인정의가 시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부산부민병원이 최근 특수치료내시경센터를 개소했다. 소장캡슐내시경은 어떤 검사인가?
“일반적인 위·대장내시경검사로 확인할 수 없는 소장을 관찰하는 검사다. 주로 원인불명의 장출혈과 크론병, 소장종양의 진단에 사용되고 만성적인 설사나 복통이 있는 경우에도 사용한다.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은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염증 상태에서 협착, 천공으로 진행돼 장절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 만성적인 복통이나 설사 등의 증상이 있다면 의료기관을 방문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산부민병원 특수치료내시경센터장으로서 운영 방향은?
“부산부민병원은 지역거점병원으로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복지를 책임져 왔지만 소화기내과 영역에서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특수치료내시경센터를 통해 소화기영역에서 최고 수준의 검사와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상급종합병원에 방문해야 하는 시간적·경제적 불편을 없앨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에게 최상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