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교정시설 이전 '입지선정위원회' 해법 되길
김경희 사회부 차장
부산 구치소와 교도소의 이전 문제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구치소와 교도소 모두 그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가 사는 주거지 근처에 세워지는 것은 꺼리는 ‘님비(NIMBY·Not in my back yard)’ 시설이다.
특히 사상구 부산구치소와 강서구 부산교도소는 부산 도심 외곽으로의 이전 필요성이 제기된 지 이미 2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부산구치소가 1973년, 부산교도소가 1977년 건립됐으니, 시설 노후화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 낡은 건물에서 수용자들은 이미 최대 수용 한계치를 넘겨 과밀 수용되고 있다. 한여름에는 무더위에, 한겨울에는 맹추위에 시달리면서 말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52개 교정시설 수용률이 2013년 이후 해마다 증가해 2017년 말 기준 전체 평균이 115.4%였으며, 130% 이상 수용 정원을 초과한 기관도 12곳에 달했다. 특히 여성 수용자의 평균 수용률은 125.4%로 심각했으며, 부산구치소의 경우 여성 수용률이 185.6%까지 치솟아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용자들의 인권 침해와 시설 환경 개선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부산 도심 내에 위치한 교정시설의 외곽 이전은 더이상 미룰 일이 못 된다. 더욱이 부산이라는 도시가 점점 커지면서 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수십년 전에는 도심이 아니었던 지역도 이제는, 또는 앞으로는 도시의 발전축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부산시가 지난 3월 발표한 2040부산도시기본계획을 보면, 부산은 10개의 중심지(10-CORE)로 도시공간구조가 변화할 예정이다. 동쪽으로 치우쳤던 부산의 발전축을 서쪽으로 끌고 오는 동서균형개발의 필요성도 크게 강조됐다. 어쩌면 이 과정에서 해결돼야 할 문제가 바로 구치소와 교도소 등 교정시설의 이전일지도 모른다.
다만,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지혜로운 해법이다. 부산시는 입지선정위원회 운영이라는 나름의 해법을 내놓았다. 구치소는 사상구 안에서, 교도소와 보호관찰소는 강서구 안에서 이전하는 지역별 이전안과 구치소를 포함한 모든 교정시설을 강서구 대저동으로 통합해 이전하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며, 위원회를 통해 3개월 내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특정 지역을 전제로 공론화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으며, ‘이전 지역에는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사상구와 강서구는 각각의 이유로 강력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사상구와 강서구를 지역구로 둔 국회의원들 사이에 힘 겨루기 또한 불가피해 난항이 예상된다.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한 요즘, 교정시설 이전 문제는 정말 힘든 숙제다. 특히 부산 교정시설 이전 문제는 주민 반발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해 해묵은 난제로 남아 있다.
교정시설 이전을 두고, 님비의 반대말 ‘핌피(PIMFY·Please in my front yard)’, 그러니까 내 집 앞마당에 제발 설치해 달라고 요청하는 용어를 적용하는 건 사실 말도 안 되지만, 지역 주민에 대한 과감한 지원책을 우선에 두고 바꿔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여기에 부산 시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 조정해볼 여지가 있다면 진전된 논의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전 지역에 대한 개발 인센티브를 지역 주민과 먼저 논의하고 나중에 입지를 정하겠다는 입지선정위원회의 전략이 통하길 바라본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