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청바지 “저절로 풀어진 것 아냐”
단추 2개 호주머니까지 젖혀 잠그는 구조
골반까지 내려가…누군가 풀지 않고는 불가능
“출소하면 찾아가겠다” 보복 범죄 혐의엔
가해 남성 “동료 수감자가 BJ라 어그로 끈 것”
DNA 재감정 결과 다음주…“공소장 변경 가능”
부산 서면 한복판에서 귀가하다 30대 남성으로부터 묻지마 폭행을 당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과 관련해 재판부가 “피해자가 입고 있던 청바지는 저절로 풀어질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출소하면 피해 여성을 찾아가 보복하겠다’는 동료 수감자의 증언에 대해 가해 남성은 “동료 수감자가 BJ(인터넷 방송 진행자)라 ‘어그로’(관심)를 끌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산고법 형사2-1부(부장판사 최환)는 17일 오후 일명 ‘부산 돌려차기’ 사건 공판을 열고 사건 당시 피해자 A 씨가 입고 있었던 청바지에 대한 검증 절차를 실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A 씨가 입고 있었던 청바지를 이례적으로 법정에 가져와 직접 검증에 나섰다. A 씨 측은 “청바지의 구조가 특이해 다른 사람이 억지로 벗기지 않는 이상 저절로 풀리지 않는다”며 청바지 검증을 통해 가해 남성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고자 했다.
법정에 등장한 청바지는 범행 당시 발생한 혈흔으로 여기저기 얼룩져 있었다. 해당 청바지는 단추 부분을 왼쪽 호주머니까지 젖혀 두 개의 단추를 잠근 뒤 지퍼를 올려야 완전히 잠기는 형태였다. 게다가 A 씨의 허리 사이즈에 딱 맞는 청바지여서 누군가 억지로 단추를 풀지 않고서는 풀리지 않았다.
범행 당시 A 씨를 최초로 발견한 오피스텔 이웃주민은 청바지가 골반이 보일 정도로 내려가 있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역시 A 씨의 청바지 바지 지퍼가 내려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증 결과 청바지가 저절로 풀어질 수는 없는 구조라는 확신이 든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가해 남성인 B 씨에 대한 양형 자료로 B 씨와 구치소 생활을 함께 했던 수감자의 증언 등을 제출했다. 해당 수감자는 “B 씨는 ‘언제든지 틈만 보이면 탈옥할 거다’ ‘나가면 피해자를 찾아갈 거다’ ‘죽여버리고 싶다. 그때 맞은 것 배로 때려 주겠다’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구치소 안에서 A 씨가 피해자의 오피스텔 주소와 이름 등을 계속 웅얼거리며 외우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B 씨는 법정에서 “해당 수감자가 BJ 였기에 특성상 말로 어그로를 끄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검찰과 피해자 측이 신청한 속옷에 대한 DNA 재감정 결과는 다음 주쯤 나올 전망이다. 다음 변론기일인 오는 31일 피고인 신문을 끝으로 변론이 종결된다면 다음 달께 항소심 재판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률사무소 빈센트의 남언호 변호사는 “범행 당시 속옷은 A 씨의 소변 등에 의해 상당히 오염된 상태여서 제대로 된 검사를 받기 어려웠다고 본다”며 “A 씨가 입고 있던 겉옷 중에서도 단추나 벨트 부분에 면밀한 DNA 감정을 해 본다면 B 씨의 성범죄 여부를 다시 판단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남 변호사는 “청바지 검증에 이어 DNA 재감정 결과도 B 씨의 성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방향으로 나온다면 살인미수에 성범죄 혐의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공소장 변경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B 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피해자를 길에서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B 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가 갑자기 피해 여성의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찼다.
피해자가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힌 후 바닥에 쓰러지자 B 씨는 피해자의 머리를 모두 5차례 발로 세게 밟았다. 두 사람은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으며, B 씨는 조사 과정에서 ‘째려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나빴다’고 진술했다. B 씨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 받고 양형이 과하다는 이유로 항소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