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공존 위한 ‘초원의 법칙’은 뭘까?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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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법칙/박종진·오승민

사슴이 달린다. 자신을 노리는 표범을 피해서. 조금만 늦어지면 날카로운 표범의 이빨에 목을 물어 뜯기게 될 것을 알기에 목숨을 걸고 달린다. 표범이 달린다. 눈앞에 보이는 사슴을 사냥하기 위해서. 굶주린 배를 채워줄 사슴을 쫓아 최선을 다해 달린다. 초원에서 사는 동물들의 삶은 달리기에 의해 좌우된다. 초원에서는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탕!’ 총성과 함께 상황이 바뀐다. 사슴을 쫓던 표범은 사람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총을 든 사람을 태운 트럭은 도망치는 표범의 뒤를 쫓는다. 표범은 비탈길로 도망치고, 빠르게 달리던 차는 멈추지 못하고 뒤집어져 버린다. 사람들은 차로 달려온 길을 걸어서 되돌아가야 한다. 어둠이 내리고 풀숲에서 동물들의 눈이 빛을 내기 시작한다. ‘맹수가 언제 우리를 공격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사람들을 엄습한다.

〈초원의 법칙〉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야생동물보호구역에 들어간 밀렵꾼이다. 도구에 의존해 ‘최강자’에 올랐던 사람은 도구를 잃었을 때 ‘최약체’로 추락한다. 인간이 인간 자체로만 자연 앞에 섰을 때, 표범이나 사슴보다 생존 능력이 더 떨어진다. 초원에서 동물은 살기 위해 달리지만, 총과 차를 가진 인간은 무엇을 위해 달리는 것일까?

‘달리기가 느리다’는 박종진 작가는 자신처럼 못 뛰는 동물도 함께 안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살기 위한 달리기, 생존에 꼭 필요한 사냥 등 초원에는 여러 법칙이 있다. 인간이라면 어떤 ‘초원의 법칙’을 선택해야 할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드는 그림책이다. 박종진·오승민 지음/천개의바람/40쪽/1만 80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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