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민의 기후 인사이트] 마이크로소프트의 당찬 여름 날씨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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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학교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한국, 올해 7월 거의 매일 강우”
인공지능이 예측했을 가능성 커
잘못된 정보로 혼란 초래 우려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 올해 여름은 3년을 이어 온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맞는 첫 번째 여름인지라 많은 사람들이 벌써부터 휴가 계획을 짜며 들떠 있다. 이런 시기에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MS)의 날씨 채널이 제공한 ‘한국의 7월 날씨 예측 정보’는 사람들의 들뜬 마음에 찬물을 끼얹었다. 7월 한 달간 사흘 정도를 제외하고는 매일 비가 내린다고 예보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 날씨 예측이 실제로 들어맞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몇 달 후 날씨를 하루 단위로 예보하는 나라가 없다”며 “날씨 예보는 현재 기상 상황 관측과 컴퓨터로 예측한 수치 자료, 예보관의 분석 노하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나온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통해 의미 있게 예측할 수 있는 자료는 최대 열흘이 한계”라고 밝혔다.

기상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7월에 비가 가장 많이 왔던 해는 2020년으로, 당시 전국적으로 19일간 비가 내렸다. 이를 종합해 볼 때 마이크로소프트의 여름 예측이 현실이 될 가능성은, 다행스럽게도, 매우 희박해 보인다.

사실 마이크로소프트의 수개월 뒤 날씨 예측은, 맞고 틀리고를 떠나, 날씨 예측에 관해 일반인들에게 아주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7월 한 달간 매일매일의 날씨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제 아무리 비싼 슈퍼컴퓨터를 사용하고 최신 인공지능을 사용해도 말이다. 그 이유는 바로 우리 자연계의 기본 성질인 ‘나비 효과’ 때문이다.

완벽한 날씨 예측을 위해서는 일단 현재 날씨부터 완벽하게 알고 이를 컴퓨터에 입력해야 하는데, 이는 불가능하다. 날씨를 측정하는 모든 관측 장비는 정밀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오차를 포함한다. 초기 날씨에 포함된 이러한 아주 작은 오차는 계산 과정에서 크게 증폭되며 1주일 후 날씨를 완전히 뒤바꿔 놓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현상을 미국의 물리학자 에드워드 로렌츠는 ‘아마존강에서의 나비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거대한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 있다’며 이른바 ‘나비효과’라는 표현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바로 이 나비효과가 일기예보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이며 날씨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다.

따라서 지금으로부터 한 달이 훌쩍 넘는 시점인 7월 매일매일의 날씨를 예측하는 것은 아예 불가능하며, 그럼에도 이를 제공하여 일반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공포를 심어 주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는 지금이라도 당장 예측 정보를 사이트에서 내려야 한다. 이것은 예측을 얼마나 믿을 수 있나 없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날씨 예측의 기본 개념부터 틀린 엉터리 예측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상청은 올해 여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기상청에서는 공식적으로 매월 한 번 다가오는 3개월 동안의 월별 기온과 강수량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올해 4월 24일 발표된 3개월 전망에 따르면 7월 한 달 평균 기온과 강수량 모두 평년과 비슷할 확률이 40%,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40%라고 전망하고 있다. 즉 평년에 비해 다소 높은 기온과 강수량을 예측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기상청의 7월 예상은 다분히 확률적인 예상치, 즉 가능성의 수준이라는 점이다. 이는 나비효과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 싶은 대목이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어떻게 이런 과감한 예보를 할 수 있었던 걸까. 필자가 여러 문헌 조사를 통해 알아낸 바로는 이들이 수개월 뒤 날씨 예측을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이론적 한계를 뛰어넘은 인공지능의 예측이 적중할 경우 학계는 또 한 번 충격에 빠질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7월이 지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감한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음이 밝혀지면 누가 비난을 받아야 할까. 기상청은 날씨 예측이 빗나갈 경우 특히 강수 예보의 경우 큰 비난을 받게 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내린 예측의 경우에는 누가 비난을 받아야 하나.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 GPT)가 출현한 이후 우리 삶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정보는 우리 삶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공지능이 제공하는 매우 그럴듯한 거짓 정보는 언제든 우리 사회를 치명적인 혼란으로 빠뜨릴 수 있다. 사람들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 날씨 정보 역시 예외가 아니다. 앞으로 이번 해프닝과 유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이고, 우리는 이를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당찬 여름 날씨 예보를 범상치 않게 바라보아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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