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찾은 요시고 “사진에서는 빛이 가장 중요, 자연광을 많이 사용해요” [전시를 듣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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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인기 사진작가 부산 순회전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27일부터 서면 KT&G상상마당 부산

27일부터 부산에서 개인전을 갖는 사진작가 요시고. 김종진 기자 kjj1761@ 27일부터 부산에서 개인전을 갖는 사진작가 요시고. 김종진 기자 kjj1761@

일상에서 포착한 영화 같은 순간.

맑은 바다 위에 떠 있는 사람, 해변에서 각자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 물결치듯 이어지는 사막. 사진작가 요시고가 보여주는 세상이다. 2년 전 여름 서울에서 40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요시고 사진전이 부산을 찾았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이 27일부터 부산 부산진구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에서 열린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부산 전시 포스터.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부산 전시 포스터.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작가 전시장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작가 전시장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는 스페인 북부 산 세바스티안 출신의 사진작가 겸 디자이너이다. 본명은 호세 하비에르 세라노. 요시고라는 이름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진작가의 길로 모험을 떠나는 아들에게 아버지가 선물한 시에서 따왔다. ‘Yo sigo(계속 나아가다)’라는 뜻으로, 목표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니 실패를 두려워 말고 꾸준히 가면 된다는 아버지의 응원이 담긴 이름이다.

요시고는 사진작가의 길에 들어선 것을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사진 찍는 것을 즐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사진은 나와 카메라가 결정짓는 작업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사진작가로 남들이 잘 접근하지 않는 장소에 들어갈 수도 있었고요.” 작가는 처음 폐가나 밤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곳을 찾아갈 때도 “카메라를 들면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요시고 'Miami,-Florida, USA'(2019).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Miami,-Florida, USA'(2019).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La-Grande-Motte, France'(2020).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La-Grande-Motte, France'(2020).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의 사진은 구도나 색감에 있어 독특한 지점이 있다. 그래픽 디자인을 통해 사진에 입문했고, 미학적으로 참고한 인물이 요제프 뮐러 브로크만이나 폴 랜드 같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이기 때문이다. “대상을 볼 때 디자인적으로 먼저 접근합니다. 디자인 일을 하며 남겨진 ‘유산’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요시고는 눈앞에 어떤 장면이 펼쳐질 때 그것을 ‘포스터의 일부’처럼 보고 접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래픽 디자인 통해 사진에 입문

본인과 카메라가 결정 짓는 매력

“변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사진에서 초점 맞추는 것은 장소

“사람 많거나 적게, 풍경 더 드러내”

“부산, 역동적이고 힘 넘치는 도시”

작가로서 좋아하는 구도가 있느냐는 질문에 요시고는 ‘변화’를 이야기했다. “변하지 않으면 발전이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구도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어요.” 전시작 중 건축 파트에서 동일한 베란다나 창문 등이 반복되며 ‘물결의 형태’를 만들어 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작가가 영감의 원천으로 꼽는 ‘빛’의 활용에 따라 입체적인 건물이 평면의 감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요시고 'San-Sebastian, Spain(2019).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San-Sebastian, Spain(2019).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작가.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 작가.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의 작품관을 가장 잘 드러내는 해변, 바다 배경의 사진을 보면 ‘사람이 많거나, 사람이 거의 없거나’ 두 가지 특성이 있음을 알게 된다. 작가는 ‘사람을 특정하고 싶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사진에서 초점을 맞추는 것은 장소입니다. 사람을 적거나 많게 해서 풍경을 더 드러내려 했어요. 예를 들어 바다 사진에서 사람이 주가 되면 바다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사람이 최소한으로 들어가는 사진을 지향합니다.”

사람은 풍경 속 하나의 구성요소가 된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특성이 아주 잘 드러난다. 흡사 넓은 해변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심어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에 대해 요시고 작가는 사람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언급했다. “초기에는 정적으로 사람을 담아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각각의 움직임이나 행동(액션)을 잡는 것에 관심이 생겼는데, 아마 그게 반영됐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작가 전시장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작가 전시장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 'San-Sebastian, Spain'(2020).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요시고 'San-Sebastian, Spain'(2020). KT&G상상마당 부산,(주)미디어앤아트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도쿄, 바르셀로나, 부다페스트, 마이애미, 두바이, 산 세바스티안, 이비자 등 작가의 사진 여행 결과물도 같이 만날 수 있다. 특히 두바이 사진이 전시된 구간에는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어 관람객이 직접 현장을 방문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처럼 작가가 사진 촬영지로 선택한 도시들은 관광지 성격이 강하다. “각 도시만의 개성이 있고 특징이 있고 이데올로기가 있어요. 미래지향적이거나 전통적인 곳 등 각각 개성이 있습니다.”

요시고는 이번 전시를 위해 처음 방문한 부산에 대해서 ‘와일드 부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목소리가 높고 라틴계의 느낌이 드는 면도 있습니다. 오사카랑 비슷하게 역동적이고 힘이 넘치는 도시 같아요.” 작가는 이런 부산의 특성에서 고향과 같은 친근함을 느낀다고 했다. 요시고의 고향 산 세바스티안은 미식과 서핑의 도시이다.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작가 전시장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KT&G 상상마당에서 열리고 있는 요시고 작가 전시장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 작가.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 작가. 김종진 기자 kjj1761@

요시고의 사진은 SNS를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집에 있을 때 대부분의 시간을 소파 위에서 보낸다는 작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세계와 활발하게 소통한다. 그래서 그의 사진에 대한 젊은 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26일 부산 전시 프리뷰 행사에도 사진 신청한 350팀의 관람객들이 몰려 들었고, 작가는 현장에서 관람객의 기념 촬영에 적극적으로 응했다. 요시고는 “한국 관람객이 보여준 애정과 사랑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요시고 작가에게 ‘당신처럼 사진을 찍고 싶은 팬들에게 전하는 사진 팁’을 하나 알려 달라고 했다. “사진에서는 빛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도 플래시 없이 자연광을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아침에 두 시간, 저녁에 두 시간이 제일 빛이 좋을 때입니다.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실 것을 추천합니다.”

‘요시고 사진전: 따뜻한 휴일의 기록’ 부산 전시는 오는 9월 3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KT&G 상상마당 부산 갤러리 5층으로 입장하고 4층으로 이어진다. 관람료는 1만 5000원이며 36개월 미만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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