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학점 인플레’ 지방대생 취업전선 ‘빨간불’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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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수업 후 절대평가로 전환
2020년 부산 4년제 A학점 52%
기업 인재 감별 척도 변별력 상실
공모전·인턴 참여 환경 열악 탓
수도권 학생 비해 경쟁 불리 우려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장보고관에서 열린 '2023 Job Dream Fair'(부경대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사진은 지난 22일 오후 부산 남구 부경대학교 장보고관에서 열린 '2023 Job Dream Fair'(부경대 취업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공고를 살펴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대학가가 코로나19 ‘학점 인플레이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업으로 2020년부터 2년간 부산 주요 대학에서 학생 2명 중 1명꼴로 A학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학점 폭등으로 취업전선에서 학점 변별력이 사라지고 자격증, 대외 활동 등 학교 밖 스펙의 중요성이 커져 지역 대학생이 취업 전선에서 불리한 싸움을 펼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일보〉가 28일 부산의 4년제 대학 15곳의 2020~22년 A학점 비율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시작된 2020년 15개 대학의 평균 A학점 비율은 52.83%를 기록했다. 2명 중 1명 꼴로 A학점을 받은 것이다. 대학별로 살펴보면 부산외대의 2020년 재학생 A학점 비율이 64.7%로 가장 높았다. 부경대와 해양대가 각각 64.55%, 63.55%를 기록했다. 신라대(60.8%), 동아대(57.75%), 고신대(56.9%), 부산가톨릭대(53.45%), 경성대(50.55%)는 50%를 넘었다. 일부 대학이 2020년 1학기부터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고, 비대면 수업의 평가 공정성 등을 우려해 부산대를 제외한 14개 대학이 수업 평가를 절대 평가로 전환했다. 상황은 전국적으로도 대동소이하다.



상대 평가에서는 각 대학이 학칙으로 A학점 비율을 수업당 30~40%대로 제한하지만 절대 평가에서는 A학점 비율에 제한이 없다. A학점 비율이 가장 낮았던 부산대와 가장 높았던 부산외대 간에는 2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부산대의 경우 코로나19 시기에도 A학점 비율이 39%대였다. 비대면 수업에서도 평가는 대면으로 진행했고, 상대평가를 유지했다. 2021년 들어 비대면 수업이 일부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자 학점 인플레이션은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일부 대학에서는 절대 평가가 여전히 진행됐다. 2021년에도 9개 대학의 A학점 비율이 45%를 넘었다. 지난해에는 대부분 학교가 다시 대면 수업, 상대 평가로 전환했다.

이 같은 학점 인플레이션의 여파는 취업 전선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 비대면 수업 시기 학교를 다닌 학생은 올해 대거 취업 전선에 뛰어드는데 학점 변별력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공모전 응시, 대기업 인턴 활동 여건 등이 부족한 지역 대학생이 수도권 대학생에 비해 불리한 환경에 놓이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의 한 국립대 4학년 김 모(여) 씨는 “대기업 공채에서 학점 변별력이 사라져 대외활동 이력을 쌓기 위해 공모전 응모, 인턴 채용 준비를 하는 공부 모임을 3개 정도 하고 있다”며 “지역 학생의 경우 대기업 인턴, 전공 관련 체험 프로그램 참여 같은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어 같은 학점 인플레이션이라도 수도권 대학생에 비해 불리하다”고 말했다.

지역 대학 졸업생 간에도 학교 간, 강의 이수 시기 간 학점 편차가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또한 2020~21년에 학교 생활을 하지 않았던 군 입대 휴학생 등이 의도치 않게 인플레이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신규 채용을 계획 중인 부산의 일부 기업에서는 학교별 학점 분포 등을 대학 취업센터 등에 문의하며 ‘인재 감별’이 어려워진 환경에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의 한 기업 관계자는 “학점은 학생의 성실성을 평가하는 주요 척도였지만 이제는 학교별 편차나 학교를 다닌 시기까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로 우수한 신입 사원 찾기는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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