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지깽이의 도움마저 필요한 농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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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규 농협중앙회 부산본부장

 요즘 농촌 들녘에는 어린이 손에 부지깽이라도 들고 나가서 농사일을 도와야 할 정도로 바쁜 시기다. 부산을 대표하는 대저토마토가 한창 수확 중이며, 기장의 배 농가들은 1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열매 솎기와 봉지 씌우기를 앞두고 있다. 완연한 봄, 도시민들은 농촌에 행락을 즐기러 오지만, 농촌은 본격적인 농번기를 맞고 있다. 농가가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농협도 비료, 농약, 부직포 등을 공급하고 농기구를 정비하면서 매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이렇게 바쁜 농촌에 일손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젊은 사람들이 농촌을 떠나면서 고령의 어르신들만 남게 되어 농업은 지속 가능하기 힘든 상황이며, 농촌 소멸이 이제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 와중에 그나마 도움이 되었던 외국인 노동자도 코로나19로 인해 연간 9000명에서 최근 5000명으로 약 45%나 감소해 농촌 인력이 어느 때보다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농업용 면세유를 비롯한 거의 모든 영농 자재 가격까지 큰 폭으로 올라 농가는 지금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업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부산농협은 지난 2020년부터 도시의 유휴 인력을 대상으로 중개 수수료가 없고, 농작업 참여자의 상해보험 등을 지원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부산농협은 6월 말까지 ‘영농철 농촌 일손 돕기’ 집중 추진 기간으로 정해 범농협 임직원 일손 돕기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인들을 위한 전용 안내 전화도 설치할 예정이다.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있다. ‘농사는 천하의 근본’이라는 뜻으로 예나 지금이나 우리가 농업을 함께 지켜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농업의 본원적 기능은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은 식량 공급 뿐만 아니라 인간의 생활에서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식량 안보, 전통 문화와 농촌 경관 유지, 환경과 생태 보전, 국토 균형 발전 등이 대표적인 기능이다.

 농업의 소중함을 항상 고맙게 여기며 직접 농업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농업은 우리 모두와 연결돼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늘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농촌 일손 돕기는 단순한 봉사 활동의 차원이 아니라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가치있고 의미있는 행동이다. 또한 농촌 일손 돕기는 점점 멀어져 가는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농업인들은 부족한 일손을 해소해 농업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인건비 절감을 통해 농가 소득도 증대할 수 있다. 반면에 도시민들은 자연 속에서 공동체 작업을 통해 협동심을 키울 수 있고, 힘들게 땀을 흘려보면서 우리 먹거리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 농촌은 우리에게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기다리면서 애타게 손길을 내밀고 있다. 농촌 소멸이라는 무서운 위기가 오기 전에 지속 가능한 농업과 농촌을 구현하기 위해 전 국민이 함께 농촌 일손 돕기에 참여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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