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부산은 공연 문화를 즐기는 양상도 꽤 다양한 것 같아요!”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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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저자 CEO아카데미 강의

특정 장르 쏠림 현상 적고·연령층도 폭넓어
스타 음악가 ‘팬덤 현상’ 저변 확대 계기 긍정
코로나 시기 실내악 팀 결성 부쩍 늘어나 주목
전문 홀 확장 못지않게 ‘살롱 음악회’ 늘어나야

조윤범 바이올리니스트. 부산일보DB 조윤범 바이올리니스트. 부산일보DB

“부산은 1년에 예닐곱 번 정도 옵니다. 얼마 전에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와 함께 작곡가 생상스로 렉처 콘서트를 열었어요. 올 때마다 느끼지만 부산은 다른 도시보다 공연 문화를 즐기는 양상이 꽤 다양한 것 같아요. 연령층도 그렇고, 특정 장르에 쏠리지도 않고요. 이런 아카데미 같은 경우도 음악회를 제대로 하기 시작한다면 음악회로도 유명해질 수 있습니다.”

지난 30일 제16기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강의 차 부산을 찾은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저자이자 음악 칼럼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인 조윤범(콰르텟엑스 리더)은 강의가 끝난 후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오케스트라 연주는 제대로 된 공연장이 필요하지만, 실내악은 상대적으로 장소를 가리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다. 당연히 독주회나 이중주, 삼중주, 사중주 같은 실내악도 제대로 된 공연장에서 들으면 좋겠지만,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 차원에서는 누구나 편하게 찾아가 즐길 수 있는 공연 시설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의미였다.

이날 1시간 30분에 걸친 ‘음악사의 하이라이트’ 강의에서도 조윤범은 음악가와 음악에 대한 다양한 비사를 흥미롭게 들려줌으로써 기업 최고경영자인 CEO와 클래식을 잇는 전령사 혹은 전달자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바로크 시대 파헬벨, 비발디, 바흐로부터 시작해 고전파 시대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을 거쳐 낭만파 시대 슈베르트, 멘델스존, 차이콥스키에 이르기까지 그의 이야기는 거침이 없었다. 같은 곡을 설명하더라도 조윤범의 설명에 CEO 청중들은 웃음을 빵빵 터트렸다. CEO아카데미 강사로만 5회 이상 초청돼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30일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강의에 나선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저자 조윤범 바이올리니스트. 30일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강의에 나선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저자 조윤범 바이올리니스트.

“114 통화 연결음으로 유명한 곡은 ‘세레나데’입니다. 하이든 대표곡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로만 호프슈테터의 작품이죠.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삽입곡으로 다시 각광을 받은 하이든의 ‘트럼펫협주곡’ 3악장만 하더라도 한때 ‘장학퀴즈’ 오프닝 음악으로 사용돼 우리나라에선 유명해졌잖아요. …(중략)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새벽 5시부터 클래식을 듣던 민족 아닙니까?(그러면서 한때 쓰레기를 치우던 차에서 흘러나오던 음악 ‘엘리제를 위하여’를 들려줬다)”

우리의 일상 곳곳에 포진해 있는 클래식을 예로 드는 이유 역시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받아들일 게 아니라, 우리와 밀접한 음악임을 강조한 것이리라. 확실히 그는 클래식의 대중화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동시에 ‘K클래식’의 변화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국의 클래식 음악 문화는 확실히 역동적입니다. 팬덤 영향이 좀 있긴 하지만요. 예를 들어서 조성진이라고 하면 이슈가 되잖아요. 그런 스타들의 공연에 매우 많은 음악가와 청중이 몰리고, 그로 인해 다른 공연도 생명력을 이어 오고 있다고 봐야겠죠. 차이는 있겠지만요.”

조윤범의 언급처럼 콩쿠르 석권자 중심으로 팬덤 현상이 나타난 것도 맞다. 하지만 그게 또 계기가 돼 다른 음악회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면 팬덤 현상을 나쁘게만 볼 건 아니다 싶었다. 그런 공연들 덕분에 클래식을 처음 접했다는 분들이 많다는 게 그의 부연 설명이다.

조윤범은 또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전용홀 확충 등 시설 개선이 필요한 반면, 클래식 음악 인구 저변 확대를 위해선 다양한 형태의 소공연장에서 하는 ‘살롱 음악회’나 소규모 실내악 연주회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사태만 하더라도 수많은 연주자의 공연 무대를 앗아갔지만, 결과적으로 연주자들을 더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코로나 이전만 하더라도 연주자들은 시립교향악단 같은 거대한 조직에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많았지만, 이제는 내가 음악가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일단 집에서, 아는 사람끼리 모여서 연구하기 시작한 겁니다. 그래서 젊은 연주자들이 유튜브를 시작하고, 소규모 실내악 팀 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거죠. 전국적으로도 그런 경향이 많이 나타나지만, 부산은 좀 더 강한 것 같아요. 제가 초청받는 횟수만 보더라도요.”

코로나 위기가 지역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또 다른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 새로운 흐름에 대한 분석으로는 귀가 번쩍 뜨였다. 부산에서도 최근 몇 년 새 소규모 실내악 팀 결성이 부쩍 늘고 있다.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그의 행보만큼이나 부산의 클래식 인구 저변 확대 여부도 궁금해진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즈음 그가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 어디선가 공연이 열릴 텐데, 갈 데 없다고 말씀하시는 분들 보면 안타까워요.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주변에 볼 수 있는 공연이 참 많은데 말이죠!”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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