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대로 괜찮은가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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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물 불신 해소 ‘발등의 불’, 해양 투기엔 적극 대응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 시찰단이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도쿄전력 제공 전문가 21명으로 구성된 우리 정부 시찰단이 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원전 오염수를 처리해 방류하는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도쿄전력 제공

지난달 21~26일 일본의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계획에 대한 정부 시찰단의 현지 점검이 이뤄졌다. 이어 31일 시찰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이 시찰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23~24일 진행된 방류시설 시찰 활동 내용을 주로 설명했을 뿐 오염수 방류에 대한 평가를 미뤄 안전성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앞서 여야 정치권은 이번 시찰을 둘러싸고 날선 공방을 이어 왔다. 더불어민주당은 형식적인 깜깜이 시찰에 불과해 방류에 면죄부를 준다고 비난한다. 국민의힘은 시찰은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 성과인데, 야당이 일본의 들러리로 폄훼하며 국민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고 반박한다. 정략적으로 자기에게 유리한 얘기만 앞세워 정쟁을 벌이는 여야가 한·일 관계 개선을 의식한 정부와 함께 오염수 방류의 문제점이나 쟁점은 외면하는 모양새다.


■불안감 주는 오염수의 정체

일본은 오는 7월부터 후쿠시마원전 내 1000여 개 저장탱크에 보관된 오염수 약 140만t(2022년 기준)을 바다에 투기할 예정이다. 오염수는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성지곡수원지 저수량 61만t의 2.3배나 되고, 경남 양산시 동면 법기수원지 저수량 157만t에는 조금 못 미치는 엄청난 양이다. 이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녹아내린 원전의 핵연료를 식히는 데 사용된 물이다. 앞으로 30년간 하루 130t가량의 오염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가 방사성 물질을 정화하는 ALPS(다핵종제거설비)로 처리됐다는 이유로 오염수 대신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정화를 거쳤으므로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부각할 목적에서다. 1993년 국제적으로 고준위핵폐기물의 해양 투기가 금지된 이후에도 원전 처리수 같은 저준위핵폐기물은 여전히 바다에 버려지는 실정이다. 일본은 이를 빌미로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후쿠시마 오염수는 정상적인 원전 가동 시 발생하는 처리수와는 엄연히 다른 데다 ALPS로도 방사성 물질의 하나인 삼중수소를 제거하지 못해 문제가 심각하다. 더욱이 바닷속 삼중수소의 유해성 여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데도 일본 정부는 안전함만 강조할 뿐 투명한 정보 공개를 꺼려 의혹과 불안감을 키운다. 후쿠시마 주민들과 일본 어민들조차 오염수 방류를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유다.


■여야는 대책 마련 대신 정쟁만

일본 내 오염수 방류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는 마당에 방류가 임박하면서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 국민의 불안은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국내 수산업계와 어민들이 생계의 터전인 해양의 오염과 수산물 안전을 크게 우려해 방류 중단을 주장하고 있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일 테다. 이에 여야가 실효적으로 대응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정치적으로 접근해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민주당은 자주 써먹는 절대다수 의석의 힘을 활용해 대책 마련에 나서기는커녕 여권을 맹목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방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다. 일본이 허용한 것만 살펴본 시찰로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에 친일 프레임까지 씌웠다.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 등 민주당에 악재가 겹친 국면을 전환하려는 속셈이 강해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국민 안전을 핑계로 한 비과학적 괴담으로 되레 불안을 조성한다고 응수했다. 야당의 정치 공세에 밀리지 않겠다는 집권당의 이 같은 자세는 국민 불안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 탓에 시찰단이 향후 어떤 결론을 내놓더라도 신뢰를 얻기 힘들어 여야 간 공방이 가열될 공산이 크다.


■잦은 수산물 불신… 대책 시급

여야는 당장 다툼을 멈추고 합심해 정부에 신뢰할 수 있는 과학적인 검증 등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방침에 우려 표명과 정보 공개 요구 정도의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해서다. 정밀한 조사나 사찰도 아닌 단 이틀의 점검에 그친 현지 시찰도 그런 수준으로 읽힌다. 게다가 정부는 오염수 방류에 대한 공포는 비과학적이라며 이달 말께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오염수 조사 최종 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는 입장이다. 반면 원전 이용을 촉진하는 활동에 주력하며 일본의 입김도 강하게 작용하는 IAEA가 일본을 두둔하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

수산업계와 어민들의 걱정은 오염수 방류로 당장 빚어질 수산물 수요의 실종 사태다. 오염수에 대한 국민의 불안 심리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방류가 시작될 경우 불안감이 증폭해 수산물 불신이 확산할 게 불 보듯 뻔하다. 벌써부터 손님이 줄었다는 일부 횟집의 볼멘소리가 나올 정도다. 장기간에 걸친 방류에 따른 해양과 수산물의 오염은 차후 문제다. 수산업은 막연한 불안감에도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업계와 어민들이 막대한 타격을 입고 연관 업종까지 연쇄 피해를 겪는 특성이 있다. 정부가 이 사실을 간과해 사태 해결의 시급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 작은 변수에도 국민적 외면을 받았던 수산물 파동 사례는 많다. 2016년 5월 환경부가 고등어를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지목하자 고등어 관련 수산인과 상인들이 극심한 소비 부진과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3개월 후 질병관리본부가 경남 거제에 유행한 콜레라의 원인을 해수 오염으로 추정하는 바람에 전국 횟집과 수산물 가게의 개점휴업으로 이어졌다. 2000년 중국산 꽃게·복어에서 발견된 납덩어리 사건, 2005년 중국산 장어 말라카이트 그린 검출 사건 때도 그랬다.


■정부 적극적·체계적 대응 필요

2017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세계 1위 수준이다. 2019년 국민 1인당 수산물 소비량은 70kg으로 쌀(60kg), 육류(56kg)보다 훨씬 많다. 수산물이 우리의 중요한 식량 자원이란 얘기다. 정부 시찰단의 보고와 IAEA의 판단에 국가의 명운을 맡겨선 안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수산업계와 어민들의 절규가 오염수 방류로 절망으로 바뀌기 전에 하루빨리 업계와 국민에게 미칠 영향을 분석해 피해 방지와 보상 대책을 강구할 일이다. 또 정부가 시찰단과 함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 여부를 객관적으로 신속하고 정밀하게 분석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적극성을 보일 때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에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공과 투명한 정보 공유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여야의 지원과 협치가 요구된다.

오염수 방류는 단기간에 끝날 사안이 아니다. 방류된 오염수는 쿠로시오해류 등을 타고 4~5년 뒤 우리 해역에 유입된다고 한다. 정부·여당은 별 영향이 없다는 일부 전문가의 주장에 기댈 게 아니라 조속히 수산물과 해수 방사능 검사를 확대해야 마땅하다. 장기적으로는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하며 철저하고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과학적이고 꼼꼼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정부가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현실적으로 막을 순 없겠지만, 육지 보관 같은 대안을 제시하며 방류 중단이나 방류량 축소 등 요구할 건 요구하는 외교가 필요하다.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강병균 논설위원 kb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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