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 정찰위성 발사 소동, 오작동 드러난 대응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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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 경고 무시한 북한 규탄하고
정부 내부 ‘엇박자 대응’ 책임 물어야

군은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군은 북한이 발사한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31일 쏘아 올린 우주발사체가 엔진 고장으로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인근 해역에 추락했다. 북한은 발사 2시간 30여 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는데 우리 군이 발사체 잔해를 수거해 세부 분석에 들어간 상황이다. 이번 발사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나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도발이다. 이와 별개로 개탄을 금할 수 없는 것은 비상사태 속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이다. 이미 예고된 사안인 만큼 그토록 철저한 대비 태세를 당부했건만 정부 대응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미숙했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인 이상 이 부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일단 국제사회의 잇단 경고를 무시하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 북한의 행보에 대해서는 강력한 규탄이 필요하다. 그동안 수차례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시험발사를 강행해 온 북한이다. 위성을 탑재한 발사체를 고유한 우주사업의 일환이라 주장하지만 얼토당토않은 논리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사용한 발사가 금지돼 있는 국제 규범을 줄곧 따르지 않았다. 북한은 이번 도발에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북한이 평화를 위협하는 도발로는 무엇도 얻을 수 없다는 걸 깨닫고 비핵화와 대화의 장으로 나오게 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이 와중에 드러난 우리 정부의 부실한 대응은 놀랍고도 충격적이다. 발사체 발사 시점인 오전 6시 29분에서 3분이 지난 6시 32분 경계경보가 발령됐는데, 서울시가 대피 준비를 알리는 위급 재난 문자를 시민들에게 발송한 건 6시 41분이었다. 6시 30분에 신속히 대피령을 내린 일본보다 11분이나 늦은 것이다. 그마저도 왜 대피해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 더욱 가관인 것은 내부 혼선을 고스란히 노출한 서울시와 행정안전부다. 7시 3분 행정안전부는 경계경보가 ‘오발령’된 것이라고 알렸지만, 7시 25분 서울시는 이와는 달리 ‘경계경보가 해제됐다’는 문자를 발송했다. 한쪽은 대피하라고 하고 한쪽은 아니라고 하는 어처구니없는 엇박자 때문에 시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혼란에 휩싸여 불안에 떨었다. “전쟁 나면 그냥 다 죽겠구나”라는 시민들의 푸념이 예사로이 들리지 않는 이유다.

북한은 발사 실패 직후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제사회의 규탄과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그동안의 행태로 보아 조만간 또 다른 도발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향후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정부의 이번 부실 대응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 더불어 더 이상의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함은 물론이다. 절박한 위기 상황에서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 하느냐는 국민들의 하소연이 잇따른다. 정부가 이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놔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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