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엔진·연료 체계 불완전… 기술 수준 한계 드러내
북한 우주발사체 발사 실패
북 발사 뒤 ‘실패’ 이례적 인정
‘기술적 결함 때문에 추락’ 추정
“2단 로켓 추력 못 얻어 전환 실패”
옛 소련제 모방 ‘백두산 액체엔진’
연료 소모 많아 연소시험 불충분
그동안 총 6회 발사 2회 궤도 진입
31일 북한이 ‘우주발사체’ 발사에 실패한 데 대해 ‘기술 수준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형 로켓의 연소실험 등을 충분히 하지 못해 기술적 결함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이날 합동참모본부 발표와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북한의 우주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한 이후 레이더에서 갑자기 사라졌다. 합참은 북한 발사체가 전북 어청도 서방 200km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다고 밝혔다. 공중 폭발과 추락 가능성이 모두 제기됐지만 한미 군 당국은 비행 궤적 등을 근거로 추락이라고 결론냈다.
우주발사체가 발사 초기에 추락하는 것은 발사체(운반로켓)의 기술적 결함 때문이다. 군과 정보당국도 북한이 발사한 신형 우주발사체의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했다.
북한도 이날 발사 후 2시간 30여 분 만에 실패 사실을 신속하게 발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신형발동기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북한 보도를 종합하면 우주발사체의 1단은 정상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서해 상공에서 분리된 1단은 관성에 의해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으나 2단 로켓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통상 1단 로켓은 강한 추력으로 우주발사체를 2단 로켓 분리 지점까지 비행시키면 제 역할을 다하고 분리된다. 이후 2단 로켓이 바로 점화돼 위성체를 탑재한 3단 부분을 대기권 이상으로 끌어 올린다.
위성체를 지구 궤도에 올리는 2단 로켓의 장애와 관련, 북한은 신형 엔진체계의 불완전성과 연료 특성 불안정성을 그 원인으로 지목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2단 로켓 엔진이 추력을 얻지 못해 방향 전환을 못 하게 돼 추락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북한이 쏜 우주발사체는 백두산 액체엔진을 기반으로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액체엔진은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2세트(4개 엔진)를 모방해 개발된 엔진으로 많은 연료와 산화제를 소모한다. 이 때문에 새로 제작한 발사체의 지상연소시험이 충분하지 못했고, 화성-17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사용했던 액체 연료와 다르게 연료 성분을 조정한 것이 발사 실패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과거에도 인공위성 발사에 실패한 사례가 있다. 북한은 1998년 8월 31일 첫 인공위성인 ‘광명성 1호’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발사해 9월 4일 궤도진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 당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가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2009년 4월 5일에도 무수단리 동해위성발사장에서 ‘광명성 2호’ 위성을 발사해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한미 당국과 러시아 국방 당국자는 광명성 2호도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2012년 4월 13일에는 동창리에서 ‘광명성 3호’ 위성을 쐈으나 이 역시 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다만 광명성 1·2호 때와는 달리 북한이 곧바로 실패를 인정했다. 북한은 그해 12월 12일 ‘실용 위성’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에는 성공했다. 발사 후 북한은 “위성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은 2016년 2월 7일에 지구관측위성 ‘광명성 4호’를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발사했다. 북한 관영 매체는 “광명성 4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완전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성공했다고 발표한 광명성 3호 2호기(KMS 3-2)와 광명성 4호(KMS-4)는 지금도 인공위성 궤도를 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광명성 3호와 광명성 4호의 지상관측 영상·사진 공개한 적 없고 위성과 지상 기지국 간 신호 송수신이 탐지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 정상 작동을 하지 않는 상태로 추정된다. 이번에 북한이 약 6년 4개월 만에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주장하며 발사한 ‘만리경 1호’가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북한 인공위성의 궤도 진입 성공률은 총 6회 발사 중 2회로 떨어졌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