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 유치 신경전에 법안 폐기 위기… “논의 불씨 살리자”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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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천·서울·세종 유치전
법안 논의 없이 2년 넘게 답보
국회 계류 법안 폐기 가능성도
지역 정치권 나서 속도 붙여야

지난해 10월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해사법원 설립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지난해 10월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해사법원 설립 정책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해상과 선박 관련 소송·분쟁을 관할하는 전문법원인 해사법원 신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회 차원의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안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역 간 ‘유치 신경전’으로 인한 소통 단절이 주된 이유다. 해사법원 신설을 위해서는 지역 정치권이 나서 가라앉은 신설 분위기를 끌어올려 논의에 속도를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병길(부산 서동)·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배준영(인천 중강화옹진)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이 각각 발의한 해사법원 신설 관련 법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들이 발의한 법안의 골자는 해사법원을 각자 지역구에 설치하는 것이다.

해사법원 유치전에는 부산, 인천, 서울과 세종시가 뛰어들었다. 법원행정처도 해사법원 신설 필요성에 공감한다. 하지만 해사법원과 관련한 국회 상임위 논의가 열리지 않아 해사법원 협의는 2년이 넘도록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각 지역 국회의원 간의 경쟁이 이어지는 바람에 해사법원 신설 문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도 않은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법안 폐기 가능성까지 관측된다. 실제로 20대 국회에서도 부산을 대표해 당시 김영춘·유기준 의원 등이 발의했고, 인천에서도 정유섭·안상수 의원 등이 발의했지만 관련 법안은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해사법원은 선박 충돌 사고나 해상보험·선원 관련 사건 등 해사 사건을 전담 처리하는 법원이다. 해사법원이 도입되면 국내 해운서비스산업을 발전시키고 해운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꾀할 수 있다. 최근까지도 해사 분쟁으로 매년 3000억 원 넘는 비용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어 해사법원 유치는 말 그대로 해양서비스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끌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해사법원 신설 논의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미 없는 유치 경쟁만 한창 진행되는 형국이다. 부산에 이어 해사법원 유치에 적극적인 인천은 ‘쌍끌이’식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21일 해사법원, 2025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인천고등법원을 유치하기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인천시는 국제공항과 항만·해양경찰청이 있는 인천이 해사법원 설치의 최적지라고 주장한다.

부산은 이전부터 안 의원을 중심으로 ‘해사법원 설립 정책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해사법원 유치 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며 논의를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유치 열기가 가라앉은 분위기다. 부산이 해사법원 설립 최적지로 꼽히는 만큼 부산 정치권이 나서 공청회를 여는 등 가라앉은 해사법원 설립 분위기를 주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법안 계류로 해사법원 신설 법안이 정치권 관심 밖으로 내몰리자 먼저 논의의 장부터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안 의원은 “해사법원 논의가 시작돼야 하는데 법원 심급 관할 등 기본적인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법원행정처가 해사법원 신설의 공을 국회로 던진 상태이지만 지역마다 ‘우리가 유치하겠다’는 목소리만 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는 개별적인 목소리에 앞서 국회 차원의 해사법원 설립 논의부터 시작해 소통을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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