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외신 “북 군사정찰위성 경계경보 오발령 사태에 서울은 패닉”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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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등 혼란 상황 조명
한국 부실한 재난 대처 꼬집어
북 2차 발사 예고 사실도 주목
“안보리 제재 중러 반대” 예상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지난달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발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지난달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발사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31일 북한이 기습적으로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자 주요 외신은 일제히 긴급 보도를 쏟아냈다. 외신들은 발사 직후 서울에서 발생했던 혼란을 대대적으로 전달했다. 서울시가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대피를 안내하는 재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정부가 ‘오발령’이라고 정정하는 소동이 빚어져 시민들이 ‘패닉’(공황상태)에 빠졌다는 게 주 내용이다. 또 외신들은 북한의 2차 발사 예고와 향후 전망,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여부 등을 분석해 자세히 보도했다.



■해외서도 “한국민 불안” 평가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북한의 군사위성정찰 발사 직후 오발령 소동을 집중 조명하며 “한국민은 여전히 정부의 재난 대처 능력에 의심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당일인 지난달 31일 “북한 발사 후 서울에 대피령, 사이렌으로 공황 발작” 제하의 기사에서 “이날 오전 6시 32분께 서울 전역에 사이렌이 울렸고 서울시가 시민들에게 대피할 준비를 하라는 경보를 발령했다”며 “그러나 이후 알림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보가 잘못 전송된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대피 경보와 사이렌이 서울에서 ‘패닉’(혼란·공황상태)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날 오전 트위터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등을 알아보려는 트윗이 쏟아지면서 ‘경보’와 ‘대피’가 가장 뜨거운 주제였다고 소개했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직후 학생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경계경보를 안내하는 문자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한 직후 학생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경계경보를 안내하는 문자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블롬버그통신도 이날 ‘죽을 줄 알았다…서울의 경보 이후 시작된 피난처 찾기 탐사’란 제목의 기사에서 “서울에 있는 한국인들은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사이렌을 듣고 즉시 대피하라는 휴대전화의 경고를 받았지만 20분 후에야 모두 실수라는 말을 들었다”고 보도하며 혼란스러웠던 재난 경보 시스템을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정부의 재난 대처를 불신하는 한국인의 모습을 집중 보도했다. 이날 뉴욕타임스는 “서울, 비상경보 발령 ‘대피 준비’ 앗~”이라는 기사에서 “70년간 남북 간 긴장이 지속돼 온 한반도에 큰 위험이 있는데, 이 잘못된 경보는 경보 시스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손상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날 혼란한 상황을 경험했던 한국인 반응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한국인 정 모 씨는 뉴욕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정부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했어야 했다”며 두 번째 허위 경보가 울리자 “누가 그런 메시지를 가지고 대피하겠느냐? 당국을 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한국인들은 정부의 주요 재난 대처 능력에 대해 깊은 회의를 품고 있으며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0월에 거의 160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군중 충돌에 빨리 예방하거나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증가하는 가운데 국민들에게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정부의 징후”라고 보도했다.


■북 2차 발사 예고 보도 이어져

주요 외신은 패닉에 빠진 서울의 상황과 함께 북한의 2차 발사 예고와 이유도 핵심 이슈로 다뤘다.

또 북한의 2차 발사는 지역 긴장감을 고조하고 아시아의 우주 경쟁을 심화시킬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 군사정찰위성 발사 당일 주민 대피령까지 내렸던 일본의 주요 신문인 마이니치, 요미우리, 아사히 등은 일제히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소식과 함께 2차 발사를 예고한 사실을 1면 톱기사와 3면에 전면 배치하고 전문가 분석 기사를 게재했다.

특히 일본 신문들은 북한이 정찰위성을 쏘아 올리려는 이유를 집중 분석했다. 요미우리는 북한이 한미 양국 군에 대한 감시 능력을 확보하면서 미사일 성능 향상을 도모하려는 두 가지 목적이 2차 발사를 선언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산케이는 “지금의 북한이 집착하는 것은 미사일 공격에서 눈의 역할을 할 정찰위성 획득”이라며 실제로 북한이 정찰위성을 운용하면 한미일에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평가했다.

외신들은 우주 경쟁과 연관해 북한의 이번 발사를 조명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이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뜨거워지고 있는 우주 경쟁에 합류한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성공적으로 이뤄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와 중국의 유인 우주선 선저우 15호 발사를 언급했다.

특히 AP통신은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여부를 분석했다. AP통신은 유엔이 북한의 이전 위성 발사들에 대해서도 경제적 제재를 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금은 미국과 대립하고 있는 안보리 상임 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안보리가 제재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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