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무용제, 다년 계약 예술감독제 도입해야”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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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위원장이 모든 일 처리 맞지 않아”
3일 열린 부산국제무용제 포럼서 지적
내년 20주년 앞두고 미래 비전 모색
부산국제무용제 정체성 찾기는 필수
네트워킹 강화·워크숍 프로그램 확충도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가 열린 해운대해수욕장 특설 무대에서 폴리네시아 제도의 타히티 전통춤인 오리타히티를 관객들이 배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가 열린 해운대해수욕장 특설 무대에서 폴리네시아 제도의 타히티 전통춤인 오리타히티를 관객들이 배우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국제무용제는 예술감독이 없습니다. 좋은 프로그래밍을 위해서도 운영위원장이 축제 전체를 총괄하는 것은 바뀌어야 합니다. 다년 임기의 예술감독제 도입을 비롯해 네트워킹 강화와 워크숍 프로그램 확충, 휴양지 무용축제로서의 정체성 확립 등이 필요합니다.”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 부산국제무용제(운영위원장 신은주)를 앞두고 3일 오전 해운대구 펠릭스바이 STX 호텔 6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포럼에서 쏟아진 제언이다. 이번 포럼은 ‘부산국제무용제 20주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비전’을 주제로, 국제무용 축제를 통한 지역문화예술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지난 3일 오전 해운대구 펠릭스바이 STX 호텔 6층 세미나실에서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포럼이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3일 오전 해운대구 펠릭스바이 STX 호텔 6층 세미나실에서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포럼이 열리고 있다.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장광열 서울·제주 국제즉흥춤축제 예술감독, 강해상 동서대 관광컨벤션과 교수, 서승우 영화의전당 예술경영본부장 등 3명이 부산국제무용제 발전을 위한 내용으로 발제했고, 국립무용단 김종덕 예술감독,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 김정환 한국축제문화연구소 소장, 정옥희 이화여대 무용과 초빙교수, 김혜라 춤비평가, 변휘장 하와이한인문화회관 부회장 등 6명이 지정 토론자로 나섰다.

특히 장광열 예술감독은 프랑스 몽펠리에 무용 축제의 질 높은 프로그래밍, 보스턴 탱글우드 음악제의 공공 무용단이나 극단과의 협업 사례, 오스트리아 임펄스 탄츠의 200여 개 워크숍 개설 등을 소개하면서 앞으로 20년 후 부산국제무용제의 향방을 모색할 때 참고할 것을 제안했다. 1996년 스페인 휴양지 그랑 카나리아섬에서 시작한 컨템포러리 페스티벌인 마스단사(MASDANZA) 축제는 휴양지 축제를 지향하는 부산으로선 벤치마킹할 만하다는 것이다. 여기는 안무와 대중 춤 경연 외에 익스텐션 투어(Extension Tour·외국 참가팀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인근 7개 섬을 연계해 해당 지역 주민에게 공연을 보게 하고 네트워킹을 갖도록 한다)를 진행하는데 부산이 보완해야 할 대목이기도 하다.

장 예술감독은 또 “부산이 가진 취약점과 관련해 세 가지 정도는 당장 개선돼야 한다”면서 “첫째,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둘째 확장이 중요한데 해외 초청팀의 경우, 마산 울산 더 나아가 대구까지도 협력할 수 있어야 할 것이며, 셋째 부산시립무용단, 부산문화재단 같은 공공 기관과의 연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예술감독제 도입만 하더라도 예술감독에 전권을 줘서 5년 이상 다년 계약을 추진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3일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초청 공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3일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초청 공연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서승우 예술경영본부장의 발제는 한층 과감한 제안으로 이어졌다. 비슷한 시기에 개최되는 제20회 부산국제연극제(2023년 6월 2~18일·예산 5억 6400만 원)와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2023년 6월 2~4일·3억 5000만 원)의 단계적 통합 운영이 그것이다. 각각의 조직위에서 각각의 프로그램을 구성하되 시기를 같이 하면서 통합 마케팅으로 시너지를 높일 1단계 방안부터 조직과 예산을 통합 운영하는 4단계 방안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통합 운영 이유에 대해서도 서 본부장은 “굳이 힘든 과정을 거쳐 연극제와 무용제를 통합 운영하자는 것은 국제적인 공연 축제를 통해 해외 우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국내 특히 부산의 작품이 공연 축제 국제 네트워크를 통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무척 필요하고 중요하기 때문이고 통합 운영을 통해 그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 본부장의 제안에 대해 김혜라 춤비평가는 “서울연극제와 서울무용제를 통합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경우 집행위원장 자리를 놓고 난항을 겪는 등 이미 많은 문제를 드러냈다”면서 “가시적인 통합이 하나의 해결책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우려되는 부분도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한편으로 김 비평가는 “부산국제무용제가 훌륭한 무용 작품을 많이 초청하는 데 비해 거의 ‘숏 버전’ 형식으로 공연하는 건 다채롭긴 하지만 아쉽다”고 지적한 뒤 “주최측에서도 부산 환경에 맞게 재각색 혹은 재안무를 요청하고, 아티스트도 인식을 바꿔야 할 것이며, 극장이든 야외든 그것에 최적화된 작품을 만들어낸다면 부산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일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초청 공연 중 '안은미컴퍼니'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지난 3일 해운대 해변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무용제 초청 공연 중 '안은미컴퍼니' 모습. 부산국제무용제 제공

이 밖에 김정환 소장은 “개막식에서 부산시, 부산시의회 관계자가 단상에 올라 축사를 하면서 ‘부산’이란 단어를 열네 번이나 반복하는 등 타이틀은 ‘국제’로 붙였지만 부산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지적했는가 하면, 김종덕 예술감독은 “부산 작품이 올라가는 것도 중요하고, 부산시립무용단 등 지역의 국공립 단체를 왜 활용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강해상 교수는 “올해 처음 시도하는 프랑스 무용단의 전막 공연 유료 공연 등 무용이 순수예술이긴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고 혁신하면서 많은 시도를 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사공경 한·인니문화연구원장은 “발리 해변가 축제처럼 부산도 특색 있는 해변 축제를 지향하되 부산 이야기를 더 보여주면 좋겠다”고 제언하고, 변휘장 하와이한인문화회관 부회장은 “하와이 하면 훌라춤을 떠올리 듯, 부산무용제 특성을 살린 작품을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신은주 운영위원장은 “부산국제무용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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