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에 팔다리 없는 시신 즐비”… 21세기 최악의 철도 참사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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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수백 명 차량 안에 고립
열차 훼손 심해 구조작업 난항
“신호 관련해 사람이 실수한 듯”
기체 결함 등 정확한 원인 조사

2일(현지 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레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현장에서 객차와 화물열차가 뒤엉켜 있다. 현재까지 사상자 수만 1180여 명에 이른다. AFP연합뉴스 2일(현지 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 발라소레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사고현장에서 객차와 화물열차가 뒤엉켜 있다. 현재까지 사상자 수만 1180여 명에 이른다. AFP연합뉴스

지난 2일 (현지 시간) 인도 동부 오디샤주에서 발생한 열차 충돌 참사 현장은 가락처럼 휘어진 열차와 크게 훼손된 시신들로 아비규환이 됐다. 이번 참사는 인도에서 발생한 최악의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될 전망이다. 처참한 사고 현장 모습이 알려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애도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차량·시신 뒤엉켜… 현장은 아수라장

인도 열차 참사 현장은 파손된 채 뒤엉킨 차량 잔해로 아수라장이 됐다. 열차는 크게 뒤틀려 선로에 누웠고 일부 객차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수백 명의 승객이 그 아래 갇혀 있다는 목격자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사고 현장에 있었다는 한 목격자는 로이터에 "주변에 피와 부러진 팔다리가 보였고 사람들이 죽어 갔다"고 말했다. 한 남성 생존자는 "(충돌로 열차 내부 사람들이) 마구 얽혀 내 위로 10명에서 15명이 쌓였다. 나는 맨 아래 바닥에 깔렸다"며 "손과 목을 다쳤지만, 열차에서 빠져나오자 주변에 다리를 잃는 등 크게 다친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고 BBC에 사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열차 충돌 사고의 생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아누바브 다스는 트위터에 "충돌 후 이 여객 열차의 거의 13량이 완전히 부서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철로에는 팔다리가 없는 시신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승객 반다나 카레다는 AP통신에 "화장실을 나왔을 때 갑자기 객차가 기울었고 중심을 잃었다"며 "온통 뒤죽박죽인 상태에서 사람들이 서로에게 넘어졌다"고 말했다.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탈선과 충돌의 충격으로 약 50명의 승객이 깨친 창문이나 문을 통해 밖으로 내던져졌다"고 보도했다.

살아남은 일부 승객도 잔해 속에 갇힌 다른 사람을 구조하고 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인근 주민 수백 명이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와 사람들을 객차에서 끌어내는 작업을 지원하고 있고 부상자 등에게 물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객차 훼손 상황이 심해 구조 작업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0년간 인도에서 벌어진 열차 사고 중 최악의 사고"라고 했으며 CNN도 "인도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철도 참사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이번 참사의 사상자 규모는 현재까지 1180여 명으로 최근 20년 동안 인도에서 발생한 열차 참사 중 최대 규모이다. 실제, 인도에서는 2016년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열차가 탈선해 약 150여 명이 숨졌으며, 2018년에는 펀자브주에서는 달리던 열차가 철로 위에서 축제를 즐기던 인파를 덮치면서 6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철로 진입 신호 오류” 인재 가능성

NDTV 등 인도 매체에 따르면 이번 열차 3중 충돌 참사는 철로 진입 관련 신호 오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는 예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고 현장을 방문한 한 관계자는 현지 언론인 타임스오브인디아에 “사고 열차는 첸나이를 향한 메인선로로 진행하지 않고 화물열차가 있던 선로로 진입했다가 충돌이 발생했다”며 이는 신호와 관련해 사람이 실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인도 정부가 전국에 구축하고 있는 열차 충돌 방지 시스템인 ‘카바치’가 사고 노선에는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당국은 기술적 결함 등 여러 가능성을 놓고 더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 현장을 찾은 아슈위니 바이슈노 철도부 장관은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고위급 조사 위원회도 꾸려졌다고 말했다.

열차 충돌 참사와 관련해 세계 각국의 애도 물결이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엄청난 인명 피해를 가져온 열차 충돌 사고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을 통해 낸 성명에서 “열차 사고로 인한 인명 손실과 부상에 대해 매우 슬픈 마음”이라고 밝혔다.

또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이날 애도 성명을 냈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지금 우리 마음은 인도 국민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슬퍼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3일(현지 시간) 드라우파디 무르무 인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각각 위로전을 보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크렘린궁 웹사이트를 통해 “인도 열차 충돌 사고와 관련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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