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그들만의 세상’에 갇혀 버린 대한민국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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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택 서울지사장

각국과 공동보조 절실한 세계화시대
‘내 편만 챙기기’ 문화 광범위 확산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 상대 인정하고
기업 총수, 선대의 ‘선공후사’ 실천을
뼛속까지 글로벌마인드 재무장해야
부산, 2030월드엑스포 유치 한 발짝

인간은 더불어 사는 존재다. 혼자서는 결코 살 수 없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조직이나 단체도 마찬가지다. 국가는 더더욱 그렇다. 그 어떤 강대국이라도 독자적으론 절대 생존할 수 없다. 특히나 요즘 같은 글로벌 시대엔 세계 각국과 공동 보조를 취해야 나라가 부강하고 국민이 번영한다.

그런 점에서 먼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정책에 합격점을 주고 싶다. 윤 대통령이 미국·일본 등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나토나 EU, 주요 7개국(G7) 등 서방 선진국들과 튼튼한 협조체계를 구축하면서, 미국 주도의 14개국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의 공급망 협정에 적극 참여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40%대로 회복된 것이 외교·안보 분야의 굵직한 성과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로 눈을 돌리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좀 심하게 말해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그야말로 ‘따로 국밥’이고 ‘그들만의 세상’이다. 사회 전반에 ‘내 편만 챙기기’ 문화가 팽배해 있다. 대통령은 야당의 존재를 별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제1야당(더불어민주당)은 167석의 거대 의석을 무기로 ‘입법 독재’를 서슴지 않고 있다. 여당(국민의힘)은 집권당의 존재를 망각한 채 내년 총선 준비에만 혈안이 돼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이나 대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해서라도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국회는 지금 야당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와의 대화에 소극적이다. 일부러 만나지 않는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당대표에게 법적인 문제가 있으면 원내대표라도 만나야 한다. 한번 요청해서 성사되지 않으면 수십, 수백 번이라도 해야 한다. 그래도 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그때는 국민들에게 맡기면 된다. 내년 총선에서 준엄한 심판이 내려질 것이다.

상당수의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은 당명(黨名)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고 민주적 사고가 결여돼 있다. 일부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은 이 대표에 비판적인 당내 인사들조차 왕따로 만들 정도로 배타적이다. 국민의힘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김기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친윤(친윤석열) 일색의 당운영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전체가 ‘우리들만의 세상’에 갇혀 있는 것이다.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끼리끼리’ 정서가 고착되고 있다.

노사간 정상적인 대화는 단절된 채 ‘힘의 과시’만 계속되고 있다. 사업주는 노조를 인정하지 않고 있고, 강성 노조는 더욱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해 내부결속에만 집중한다. 몇몇 노조는 공공연히 교통을 방해하거나 시민들을 짜증나게 하는 불쾌한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시민단체와 종교계, 학계, 문화예술계, 언론계도 극단적인 편가르기에 몰두해 있다. 좌파는 좌파끼리, 우파는 우파끼리만 뭉친다. 이들에게 더이상의 지성은 없다.

부산도 예외는 아니다. 이 지역의 ‘높은 자리’는 모두 부산 출신이 맡아야 한다는 ‘순혈주의’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 스스로 ‘부산만의 세상’에 갇혀 세계적 수준인 도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출신’보다 ‘능력’이 훨씬 중시돼야 한다.

지금은 ‘네트워크 시대’이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이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돼 있다. ‘우리끼리만 잘 살면 된다’는 낡은 사고방식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다. 절대 성공할 수도 없다. 공생해야 공존할 수 있다.

집권 2년차에 돌입한 윤 대통령은 야당을 포함한 반대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부채한도 협상 타결을 위해 야당(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수차례 접촉한 것처럼 ‘편’을 가리지 말고 다양하게 접촉해야 한다. 민주당은 ‘의회 폭거’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지지층 결집을 위해 일방적으로 법을 통과시키는 행위를 그만둬야 한다.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다소 소극적인 국내 대기업 총수들도 자세 전환이 필요하다. 국제대회 유치에 온몸을 던졌던 정주영·최종현·이건희·정몽구 등 선대 회장들의 선공후사(先公後私) 정신을 몸소 실천해야 한다.

부산은 ‘뼛속’까지 글로벌 마인드로 재무장해야 한다. 60조 원이 훨씬 넘는 경제효과가 기대되는 국제행사(월드엑스포)를 유치하겠다면서 여전히 ‘땅따먹기식’ 사고에 매몰돼 있어선 안된다. 부산이 먼저 문호를 완전 개방해야 한다. 지역과 국가를 가리지 않고 외지인들을 과감히 수용했던 과거의 역동성과 개방성을 되찾아야 한다. 그래야 세계가 호응하고 우리가 꿈에 바라는 월드엑스포를 유치할 수 있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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