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사 ‘발언’ 악재에 더 꼬인 한중 관계
대통령실 “양국 국익 해쳐” 비판
물밑에선 파장 최소화 작업도
김기현 “중 공산당 지부장인가”
이재명 대표에 강도 높은 비난
이 대표, 일 오염수 비난 ‘응수’
“국민 주장을 괴담으로 호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한국 외교 비판 발언이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에 놓인 한중관계를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두 나라는 최근 갈등 관리를 위한 고위급 대화 재개 가능성을 타진했는데 예상치 못한 악재가 터져나오면서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어내지 못할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12일 기자들과 만나 “대사라는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싱 대사를 비판했다. 그는 “외교부에서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고, 중국 주재 한국 대사관에서도 입장을 냈기 때문에 대통령실에서 특별히 추가할 입장은 없다”면서도 이같이 말해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한중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경우 안보·경제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국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물밑으로는 파장 확산을 차단하는 등 상황 관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측에서 논란이 된 발언이 나왔다고 서로 관계를 틀어버리면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신중한 대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야 대표가 공방전을 이어 갔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각각 주한 일본대사, 주한 중국대사와 만난 것을 놓고서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는 도대체 어느 나라 정치인이고 어느 나라 정당의 대표인가”라며 “중국 공산당 한국 지부장인지 제1야당 대표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고 말했다. 이는 이 대표와 싱 대사와의 만남에서 한국을 향한 싱 대사의 부적절한 발언이 알려지게 된 사실에 대한 비판이다.
김 대표는 이날 “이 대표가 중국대사에게 우리나라 국내 정치에 관여하라고 멍석을 깔아준 행동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결정적 실책”이라며 “이 대표와 민주당은 중국을 끌어들여 정부와 각을 세우고 정쟁만 키우려는 정치적 계산이었겠지만, 국민의 분노만 일으키고 민주당의 무능함을 여실히 보여준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민주당이 중국대사관의 홍보국을 자처한 듯, 중국 대사의 막말이 담긴 영상을 민주당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버젓이 업로드시켜 놓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국민의 분노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대표는 ‘중국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할 것’이라던 싱 대사의 발언에 “이 대표는 미소를 보이며 맞장구치고, 민주당 참모들은 마치 교지를 받들듯 받아적기까지 했다”며 “이 수치스러운 장면이 2023년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이 대표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와 관련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대한민국 윤석열 정부만이 오염수 방류를 침묵으로 사실상 용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대표가 지난주에 일본 대사와 만난 이유가 국민들에게 오염수를 선물하기 위한 작업이었냐, 이런 비판까지 나온다”며 “기가 막힌 오염수 동맹”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오염수 핵폐기물을 처리수라고 표현하고, 1L씩 매일 마셔도 괜찮다는 괴담을 퍼뜨리고, 이 문제를 지적하는 야당의, 국민의 주장을 오히려 괴담이라고 덮어씌우는 이런 행태에 결코 국민들이, 역사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명확하게 오염수 방류 반대 의견을 이 정부가 표명해야 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