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가덕신공항추진단 구성 시늉만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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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장 밑에 과장 한 명 없는 조직
공무원 10명 업무 분장조차 없어
로드맵 따른 사업 폭증에 역부족
신공항 조기 완공 의지에 의구심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15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 등 시민단체가 15일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최근 국토교통부 소속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 직원들과 국토부 출입기자단의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추진단 직원 소개가 있었다. 직원들이 소개될 때마다 기자들은 추진단에서 담당하는 업무가 무엇인지 물었다. 각 직원은 “업무 구분 없이 모든 일을 다 한다”고 말했다.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이 국장급 단장 아래 과장이 한 명도 없는 ‘기형적인’ 조직으로 계속 운영되고 있어 제대로 된 업무 분장과 조직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5일 국토부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은 국토부 본부조직이 아닌 별도조직이다. 국토부의 별도조직으로는 공공주택본부,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도시재생사업기획단, 혁신도시발전추진단 등이 있다. 본부 정원 늘리기가 여의치 않거나 추후 조직의 목적이 달성되면 해체될 수 있는 조직을 별도조직으로 두고 있다. 행안부가 2년마다 별도조직 연장 여부를 심사한다. 4개 조직의 경우 모두 국장급이 본부장이나 단장을 맡고 있으며, 3~4개과를 두고 있다.

2021년 9월 출범한 가덕도신공항건립추진단은 설립 2년이 다가오는데도 과가 하나도 없다. 국장 아래에서 서기관 2명이 팀장을 맡고 있지만 팀은 정식 직제가 아니라 업무상 어쩔 수 없이 나눈 것에 불과하다. 총 10명이 근무하는 추진단에서는 모든 직원이 사실상 업무 분장 없이 가덕도신공항 건립 업무를 맡은 셈이다. 국토부 일각에서는 “과장 없이 국장만 있는 조직은 어떤 정부 부처에서도 보기 힘들다”며 “조직이 왜소하고 기형적”이라고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최근 업무가 크게 늘어난 데에 있다. 민간건설사를 대상으로 두 차례 건립계획 설명회를 연 데 이어 오는 8월 말 기본계획 발표, 총사업비 협의, 공유수면 매립 기본계획 반영, 기본계획 공고 등 올해만 해도 중요한 사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지만, 이를 처리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여기에 가덕신공항 건설공단 설립을 놓고 기획재정부까지 미지근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추진단은 언제 될지 모를 건설공단 설립까지 모든 업무를 떠맡아야 할 처지다.

특히 정부가 신공항 사업을 오랜 기간 진행하지 않는 바람에 공항 관련 전문가들이 토목이나 도로 분야로 다 빠져나간 점도 문제다. 이에 따라 지금 당장 인원 충원이 이뤄져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공항 건설 분야에 대해 연구용역진과 계속 배워 가며 일해야 한다.

국토부 내 분위기도 좀 미묘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난해 추진단이 과 증설을 요구해 행안부에 올렸지만 통과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21년 추진단을 만들 때 국토부 내부 규정에는 단장을 포함해 정원을 17명까지 두는 것으로 돼 있었지만 실제 인원은 현재 10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2명은 환경부와 해양수산부로부터 파견된 직원이다. 국토부 내에서도 인사발령을 꺼리고 있어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행안부에서 과 신설 승인을 내주지 않는 데 있지만, 국토부가 적극적인 정원 확대와 과 신설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의 한 공항 전문가는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과장이 있어야 조직이 안정적으로 돌아간다. 서기관은 언제든지 인력을 빼 달라고 하면 빼 줘야 하는 직급”이라며 “더구나 공항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고 경험이 농축돼야 하는 업무다. 추진단 조직을 제대로 만들어 공항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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