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억 원 지원 국가 기술공모 검증이 허술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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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한 심사로 시·완제품도 확인 안 해
혈세 낭비 막을 사업 재검토·보완 절실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친환경 자전거를 내세운 허위 기술 등으로 정부의 기술공모 사업 여러 곳에 응모해 수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탄 일당 3명을 적발했다. 부산일보DB 부산 남부경찰서는 최근 친환경 자전거를 내세운 허위 기술 등으로 정부의 기술공모 사업 여러 곳에 응모해 수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탄 일당 3명을 적발했다. 부산일보DB

정부 각 부처에서 유망한 우수 기술을 발굴해 지원할 목적으로 실시하는 다양한 기술공모 사업의 검증 시스템이 매우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부실하거나 허위인 기술을 가진 사업자들이 국가보조금을 노리고 그럴듯한 가짜 자료를 만들어 공모를 쉽게 통과한 뒤 정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는 부산경상대 교수와 교직원 3명이 나무를 덧댄 조잡한 자전거 등을 친환경 신제품이라고 속여 수억 원의 국가보조금을 받았다가 최근 부산 남부경찰서에 적발된 사건이 잘 보여 준다. 국민이 낸 혈세로 조성된 국비가 악의적인 사람들의 배만 불리며 취지에 맞지 않게 낭비되고 있는 꼴이다.

경찰에 붙잡힌 부산경상대 교수 등 3명의 비리 행위는 기가 막히고 황당하기 짝이 없다. 이들은 기존 자전거의 알루미늄 뼈대를 목재로 덮은 자전거와 신형 제품에 스티커 등으로 상표를 가린 유모차를 범행에 이용했다고 한다. 이같이 조잡한 엉터리 제품들을 친환경 신상품이라고 홍보하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교육부 등 정부의 6개 지원사업에 응모한 게다. 사정이 이런데도 교육부와 중소기업부는 시제품이나 완성품조차 확인하지 않고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철저한 기술력 검증을 통해 지원 대상을 선정해야 마땅한 국가 예산 지원사업에 대한 관리가 너무나 부실해 어이가 없을 정도다.

이번에 적발된 교수 등은 허위 영수증을 만들고 사업이 진행되는 듯한 시늉만 해도 국가보조금 수령이 가능한 구조를 악용했다. 게다가 똑같거나 비슷한 기술로 여러 정부기관의 공모에 참여해도 기관들 간 확인이 어려운 점 탓에 자전거와 유모차만으로 다양한 사업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었다. 기술지원 사업이 많은 부처와 공공기관들의 검증 시스템 강화와 공조가 절실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늬만 친환경인, 나무를 덧댄 자전거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개연성이 높다. 엄정한 심사와 현장 점검이 없는 탁상행정으로 문제를 방치한다면 국가보조금은 눈먼 돈이며,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양심 불량자들의 그릇된 인식이 확산할 게 분명하다.

남부경찰서의 지적처럼 정부부처 간 국가보조금 수령 내용 중복 체크와 지원 중인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점검이 요구된다. 좋은 기술을 갖고도 지원에서 탈락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없애고, 인건비 부정 수급, 허위 정산 서류 제출, 보조금 목적 외 사용 등의 후속 범죄를 막기 위해서다. 후속 비위 행태는 근래 일부 민간단체의 국고보조금 부정·비리에서 드러난 바 있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재정난 탓에 재정 건전성을 해칠 수 있는 무분별한 국비 지출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이를 위해선 줄줄 샌다는 비판을 받는 국가보조금 사업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보완해 사업별 실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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