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만…"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 따로 있을까? [궁물받는다]
부쩍 날씨가 더워지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죠? 바로 '모기' 입니다. 모기는 단순히 우리의 피를 빨아먹는 존재로 끝나지 않죠. 이 해충은 '말라리아'나 '일본 뇌염' 등을 옮기는 매개체로,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0만 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치명적인 해충이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기를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동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모기의 습성을 알면 조금은 피할 수 있지 않을까요?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분명 같은 공간에 있는데 누구는 모기에게 자주 물리고, 또 누구는 멀쩡합니다. 모기가 사람을 가리는 걸까요? 모기와 관련된 여러 궁금증을 '모기박사님'으로 유명하신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이동규 교수에게 물어봤습니다.
Q1. 모기는 왜 사람의 피를 빨아 먹나요?
흡혈하는 모기는 암컷입니다. 알 성숙을 위해서는 암수 모기의 먹이인 식물의 즙액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에 암컷은 난소의 알에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하기 위해 흡혈 전선에 나섭니다. 피를 배불리 먹어야 알 수도 많아지기 때문이죠.
촉각에 털이 많아서 암컷과 쉽게 구별되는 수컷 모기는 피부를 뚫을 만큼 주둥이가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암컷 모기는 자기 체중의 2~3배에 해당되는 3~10mg의 피를 배 속에 채우는데 모기의 배는 부풀기 좋게 안쪽으로 여분의 주름이 있어서 한 번에 많은 양의 피를 저장할 수 있습니다. 흡혈을 완료한 모기는 흡혈로 인한 체중 증가로 멀리 날기가 힘들어 가까운 곳의 벽, 나무, 현관 기둥 등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소화를 합니다.
Q2. 모기에 물리면 왜 가려운가요?
모기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붓기나 가려움증 등의 증상은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입니다. 모기가 흡혈할 때 모기의 주둥이에 있는 타액관을 통해 모기의 타액이 피부 속과 모세혈관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들어오는 모기의 타액에는 20여 가지의 성분들이 있습니다. 이 성분이 항원으로 작용하여 알레르기를 일으키게 되죠.
Q3. 모기에 물렸을 때 나타나는 반응이 다른 이유가 있나요?
사람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그 원인은 몇 가지가 밝혀져 있습니다. 첫째, 사람 체질에 따라 특정 성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게 나타납니다. 둘째, 이 알레르기 반응은 모기에 많이 물릴수록 항체가 생겨 반응이 약해집니다. 따라서 나이가 어릴수록 모기에 물린 경험이 적어서 반응이 크게 나타나고 나이가 많을수록 반응이 약하게 나타나게 됩니다. 셋째, 모기 종류마다 모기의 타액 성분이 조금씩 차이가 있어서 어떤 모기종에 물렸는지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4. 모기에 잘 물리는 혈액형이 따로 있나요?
사람은 외부에서 수혈을 할 경우 면역체계 때문에 같은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혈액만 사용이 가능하나, 모기가 흡혈하는 피는 위에서 바로 흡수하여 소화가 되므로 모기는 혈액형과 상관없이 사람의 피를 흡혈할 수 있습니다. 혈액형에 대한 모기의 선호성은 증명된 바 없으나, 활동이 많은 사람은 몸에서 땀이 많이 나므로 모기의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Q5. 유독 모기에 잘 물리는 체질이 있나요?
냄새 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여러 사람이 함께 있어도 유독 모기에게 많이 물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은 대사 활동이 활발한 유아, 청소년들이며 성인 중에서는 체구가 크고 땀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 이유는 모기가 흡혈 대상을 찾을 때는 동물이 발산하는 체취와 이산화탄소, 체온, 습기 등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몸집이 크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들은 몸의 표면적이 넓은 데다가 열도 많고, 땀이 많아 모기가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죠. 결국 예방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은 땀을 흘리고 난 후에는 곧바로 깨끗이 몸을 씻어 주는 것입니다. 모기는 특히 발 냄새에 민감합니다. 또한 비누나 향수 냄새는 오히려 모기를 유인할 수 있습니다.
Q6. 모기가 좋아하는 색상이 있나요?
모기는 근자외선인 350~400nm 파장을 다른 파장보다 선호하며, 흰색이나 노란색 등의 밝은 계통의 색상보다 검색이나 빨간색 등의 어두운 색상을 좋아합니다. 따라서 산행을 할 때는 가급적 어두운 색보다는 밝은색 계열의 옷을 입는 게 모기를 피하는데 유리합니다.
Q7. 모기 쫓아낸다는 초음파 퇴치기, 효과 있나요?
1) 초음파 퇴치기는 모기의 천적인 박쥐의 초음파를 모기가 피한다는 가설에 근거하여 초음파 발생 장치를 이용하는 것인데 모기는 초음파를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서 효과는 전혀 없습니다.
2) 스마트폰 앱에서 다운 받을 수 있는 숫모기 비행음을 이용한 모기 퇴치장치는 한 종류의 모기만 있을 경우 33% 이하의 모기를 피할 수 있습니다. 이 방법은 200Hz, 400Hz, 600Hz 등 모기가 싫어하는 주요 모기의 비행음 주파수 6개의 음파를 지속적으로 내보내 모기를 쫓아내는 방법입니다. 영양분 섭취를 위해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빠는 산란기 암컷 모기가 수컷 모기를 피하는 것을 보고 만든 원리인데요. 휴대전화로 주요 모기 6종의 수컷 모기와 비슷한 6개 음파를 내도록 해 모기를 쫓게 만든 것인데 실용성은 약합니다.
3) 불빛으로 모기와 날벌레 등을 유인하는 제품도 있는데 '유문등'이나 '살문등'은 등에서 나오는 근자외선으로 유인하는 방식입니다.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 중에 파장이 가장 짧은 색이 파란색인데 이것보다 약간 파장이 짧은 빛이 근자외선으로 곤충은 이 자외선을 더 잘 볼 수 있습니다. 유문등은 몰려든 모기를 팬의 흡입력으로 잡는 등이고, 살문등은 모기보다는 빛으로 여러 야행성 곤충을 유인하여 전기로 타 죽게 만드는 장치죠. 이런 등은 강가나 웅덩이, 오물 처리장에서 유충에서 성충으로 우화한 나방류와 딱정벌레류, 하루살이 등을 잡는데 주로 사용됩니다. 유문등이나 살문등 설치 시 주의사항은 반드시 어두운 곳에 설치하여야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궁물('궁금한 것은 물어본다'는 뜻) 받는다'는 독자들의 사소한 질문을 받아 전문가들에게 대신 질문해 주는 코너입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봤던 재미있는 가설들이나 믿기 어려운 루머들을 댓글이나 메일(sksdmswl807@busan.com)로 알려주세요.
김은지 부산닷컴 기자 sksdmswl807@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