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천만 스쿨존] 16개 구·군 중 15곳, 언제 시공했는지도 모른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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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민원 때만 땜질식 관리

미끄럼방지포장 보수는 땜질식
시공 뒤 사실상 영구시설로 방치
금정구 외 보수 이력 관리 안 해
부산시 실태조사 대상서도 제외
국토부 지침엔 구체적 기준 빠져
지침 고쳐도 법적 구속력은 없어

지난 3월 유치원 차량의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로 스쿨존 일대. 사고가 난 구역만 검은색 아스팔트로 재포장 되어 있다. 북구청은 붉은색 미끄럼방지포장이 노후 땐 더 미끄럽다는 것을 감안해 아스팔트로 재포장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지난 3월 유치원 차량의 빗길 미끄럼 사고가 발생한 부산 북구 만덕동 상학로 스쿨존 일대. 사고가 난 구역만 검은색 아스팔트로 재포장 되어 있다. 북구청은 붉은색 미끄럼방지포장이 노후 땐 더 미끄럽다는 것을 감안해 아스팔트로 재포장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스쿨존(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미끄럼방지포장의 내구연한이 2년이지만, 지자체에서 이를 감안한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내구연한이 지나면 일반도로보다 더 미끄러운 상태의 스쿨존이 부산을 포함해 전국에 방치된 것이다. 부산시는 해마다 스쿨존 실태점검을 하고 있지만, 미끄럼방지포장 관리는 제외됐다. 국토교통부의 관련 지침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데다, 그 지침마저도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뒤늦게 정부는 제도 보완에 착수했지만 실효성을 높이려면 법적 관리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관리 공백에 노후도 파악도 안 된다

7일 부산 16개 구·군에 따르면 중구를 제외한 15곳은 지역 내 스쿨존에 깔린 미끄럼방지포장의 최초 설치 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금정구를 제외하면 재포장·보수 이력도 별도로 관리하지 않았다. 설치 이후 성능 저하 여부를 확인하거나 적정 교체 시기를 판단할 기초자료가 없는 것이다. 이는 유지·보수 이력을 기록·관리하도록 규정한 국토교통부 지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스쿨존 관리를 규정하는 상위 지침인 국토부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미끄럼방지포장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점검·유지보수를 하고, 관련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셈이다.

스쿨존 미끄럼방지포장은 주기적 관리 대신 민원이나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땜질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16개 구·군에 따르면 중구를 제외한 15곳이 3년 동안 미끄럼방지포장 보수공사를 시행하긴 했지만, 대부분 연간 한 자릿수 단위에 그쳤다. 부산의 스쿨존이 789곳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미끄럼방지포장의 보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사실상 미끄럼방지포장이 한 차례 시공된 뒤 영구시설처럼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이마저도 상당수는 민원 접수나 스쿨존 시설 개선 사업과 연계해 노후 포장을 교체하는 방식이다. 미끄럼 성능 저하 여부를 미리 파악해 선제적으로 시공한 사례는 거의 없었다. 현장 점검 또한 표면 마모나 균열 등 외관을 육안으로 확인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자체는 인력 한계를 원인으로 꼽는다. 각 지역에 수십 곳에 달하는 스쿨존을 소수의 담당 인력이 관리하는 구조여서 결국 민원이나 시설 개선 사업에 맞춰 보수하는 사후 대응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도로 업무를 담당하는 한 구청 관계자는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구간을 일정 기준에 따라 주기적으로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국토부 지침·부산시 조사 ‘유명무실’

부산 스쿨존 안전시설 실태조사를 매년 실시하는 부산시 역시 미끄럼방지포장의 성능이나 유지관리 실태를 조사 대상에서 제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시는 지난 4월 스쿨존 안전시설 실태조사를 발주했으나 관련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스쿨존 안전시설물의 설치 적정성과 일반적인 도로포장 상태 등을 점검하는데, 미끄럼방지포장의 유지·관리는 구·군의 소관 업무라는 이유로 실태조사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이 같은 관리 공백은 국토부의 두루뭉술한 관련 지침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쿨존 관련한 국토부의 관리 규정인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에는 ‘미끄럼 저항성능이 최소 마찰계수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즉시 유지보수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소 마찰계수 기준이 얼마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점검 결과에 따라 보수나 재시공이 필요한 경우 신속히 처리해야 하며, 만약 즉시 조치가 어려운 경우 미끄럼 저항 성능이 저하된 미끄럼 방지 포장을 제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침도 허술하긴 마찬가지다. 점검 주기나 미끄럼저항 성능 확인 방법 등의 구체적인 기준은 빠진 것이다. 사실상 관리 방식과 점검 주기를 각 지자체 판단에 맡겨놓은 것이나 다름없는 실정이다.

■법령 마련 등 제도 정비를

국토부는 뒤늦게 미끄럼방지포장 관리기준을 보완하기 위한 지침 개정에 착수했다. 지난 4월 ‘도로안전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 개정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연구용역에는 그동안 관리 사각지대로 놓였던 미끄럼방지포장의 점검 주기와 체크리스트 등을 반영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다만 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실효성 있는 관리체계 마련을 위해 점검 주기와 성능검사, 유지·관리 기록 의무 내용을 법령에 명문화하는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경대 정두회 토목공학과 명예교수는 “중앙정부의 관리 지침이 일선 지자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이를 명확하게 전달, 이행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후속 관리 역시 중요하며 관련 법령 정비 등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도로시설안전과 심준보 전문위원은 “전국 지자체가 지침을 체계적으로 준수할 수 있도록 점검 주기와 관리 시기 기준을 삽입하는 것은 상당히 강한 수준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된 지침은 행정관청이 사실상 내부적으로 따라야하는 강제성이 있는 기준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향후 지방도로관리청이 관리·감독할 수 있는 근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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