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20억 잿더미로…거제 짝퉁 거북선 철거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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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8차 입찰서 154만 5380원에 낙찰
이전 장소 마땅찮아 인도 기한 못 지켜
낙찰자 인수 포기해 11일 해체 작업
목재는 소각 처리, 금속은 고물상 매각

부실 제작 논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거제 짝퉁 거북선이 결국 철거됐다. 11일 오전 철거 업체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 전시된 ‘거북선 1호’ 철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부실 제작 논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거제 짝퉁 거북선이 결국 철거됐다. 11일 오전 철거 업체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 전시된 ‘거북선 1호’ 철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국비 등 20억 원을 들이고도 부실 제작 논란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경남 거제시 짝퉁 거북선이 결국 철거됐다.

우여곡절 끝에 새 주인을 찾았지만 끝내 인수를 포기하면서 씁쓸한 최후를 맞았다.

11일 거제시에 따르면 시는 이날부터 23일까지 일운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 전시된 ‘거북선 1호’ 해체 공사를 진행한다.

철거 업체는 오전 8시 30분께 포크레인을 동원해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

불과 1시간여 만에 위용을 뽐내던 거북선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폐기물로 변했다.

이날 용머리를 비롯해 본체의 60% 정도가 철거됐다.

오는 13일께 본체 해체 작업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제시는 목재 폐기물은 소각하고, 철근 등은 고물상에 매각할 계획이다.

처리 비용은 거제시가 부담한다.

국비 등 20억 원을 들여 건조했지만 ‘짝퉁’, ‘부실 제작’ 등 각종 논란에 애물단지가 돼 버린 거제 거북선. 부산일보DB 국비 등 20억 원을 들여 건조했지만 ‘짝퉁’, ‘부실 제작’ 등 각종 논란에 애물단지가 돼 버린 거제 거북선. 부산일보DB

거북선 1호는 2011년 경남도가 추진한 이순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1592년 거북선 등 군선원형복원사업’을 통해 건조됐다.

3층 구조에 길이 25.6m, 폭 8.67m, 높이 6.06m 크기로 제작됐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거북선을 재현해 ‘1592 거북선’으로 불렸다.

당시 사료 고증을 토대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복원된 거북선 중 가장 원형에 가깝게 복원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건조를 맡은 업체가 시방서에서 정한 금강송이 아닌 미국산 소나무를 섞어 사용한 사실이 들통나 ‘짝퉁’ 논란이 불거졌다.

완성도도 크게 떨어졌다. 방부 처리가 제대로 안 돼 목재가 심하게 부식되고 뒤틀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11년 6월 17일 지세포 입항 직후부터 선체로 물이 들어찼다.

거제시는 수리 후 승선 체험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았다.

안전검사협회 검사 결과,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지만 선체 롤링(흔들림)이 심해 바다에 띄운 채 관람객을 승선시키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2012년 육지로 건져 올린 이후 지금까지 조선해양문화관 앞마당에 전시됐다.

그리고 지난해 태풍 힌남노 북상 때 선미(꼬리) 부분이 파손되면서 안전사고 우려와 함께 폐기 처분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거제시는 매각에 나섰지만, 이동이 쉽지 않고 활용 방안도 마땅찮아 번번이 무산됐다.

2월 첫 입찰 당시 1억 1750만 원에 거래가 시작됐지만 앞선 7번의 입찰은 모두 무산됐다.

그러다 지난 5월 진행한 8차 입찰에서 154만 5380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충무공 탄생일인 1545년 3월 8일에 맞춰 입찰금(154만 5380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오전 철거 업체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 전시된 ‘거북선 1호’ 철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11일 오전 철거 업체가 포크레인을 동원해 조선해양전시관 앞에 전시된 ‘거북선 1호’ 철거하고 있다. 독자 제공

그런데 120t에 달하는 육중한 거북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기가 만만찮았다.

게다가 목재로 된 선체는 작은 충격에도 부서질만큼 파손과 부식이 심각했다.

제반 비용을 오롯이 부담해야 했던 낙찰자는 거제시에 ‘인도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계약 조건에 따라 정해진 기간 내 인수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와 함께 거북선을 폐기 처분하겠다고 못 박았다.

결국 낙찰자는 지난달 23일 시에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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