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경의 쏘울앤더시티] 대중교통 요금 아닌 수송 분담률 올려야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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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

요금 30% 안팎 인상 서민 가계 부담
운영 적자로 재정 부담 늘어 눈덩이
준공영제 15년 분담률 40%대 정체
중복 노선·환승 시스템 전면 개선해야
통합할인제 ‘동백패스’ 효과 주목
대중교통 활성화되면 재정도 선순환

부산시가 대중교통 요금 인상 절차에 들어갔다. 시의회에 시내버스·도시철도·부산~김해 경전철 요금 조정안을 제출했고, 지난 7일에는 업계와 시민사회 대표, 전문가 등이 참여해 토론회도 했다. 시의 요금 인상안은 대략 현행 1200원(교통카드)인 시내버스 요금을 400원 인상하고 도시철도와 경전철의 경우 1300원(1구간)에서 300~400원 올리는 거다. 대중교통 운영 적자로 인한 재정 부담이 급증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시의 입장이다. 2007년 989억이던 재정 부담은 2019년 4096억, 지난해에는 7098억 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었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이 급감하면서 재정 부담이 크게 확대된 측면이 있는데 이번 요금 인상의 명분으로 활용됐다.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서울시와 울산시도 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이대로 절차가 진행되면 9월이나 10월에는 인상된 요금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다. 말이 300원, 400원이지 시내버스 요금 400원이면 인상 폭이 33%다. 도시철도 300~400원은 23~31%의 인상률이다. 대중교통에 의지해 생활하는 서민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대중교통은 이동권 보장과 관련해 복지적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생활물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시내버스는 2013년 1월 이후 10년 만에, 도시철도는 2017년 5월 이후 6년 만에 요금 인상이라고 하는데 그만큼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다.


시의 이번 요금 인상 추진으로 대중교통 정책 전반을 돌아보게 한다. 시가 2007년 대중교통 활성화의 깃발을 내걸고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 15년째다. 그동안 나름대로 정책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도시철도와 연계해 시내버스 노선 조정이 일부 이뤄졌고 대중교통 환승할인제도 도입했다. 막대한 재정을 들여 간선급행버스체계(BRT) 1단계 구축도 완료했다. 그러나 부산의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은 그 15년 기간 40% 초반대에서 정체다. 승용차 수송 분담률도 30% 초반대로 크게 변함없고 오히려 추세적으로는 꾸준한 상승세다. 막대한 재정 투입과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송 분담률 지표로 보면 참담한 정책 실패다.

우선은 대중교통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못 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 환승 불편이나 긴 배차 간격 등 시민들이 느끼는 불편이 여전하다. 도시철도 중복 노선이라든지 장거리 노선 정리 등도 개별 지역적 이해 등에 발목이 잡혀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다. 더 본질적으로 들어가면 승용차 수요 관리 정책과 맞물린다.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의 효과를 위해서는 승용차 수요 관리 정책을 병행해야 하는데 민선 자치단체의 성격상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큰 승용차 운전자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도심 내 승용차 진입이나 주차 규제 등을 통한 수요 관리는 유명무실해진 지 오래다. BRT만 해도 승용차 운전자들의 저항이 거세자 오거돈 전 시장이 백지화를 밀어붙이다 시민 숙의를 위한 공론화위원회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1단계가 겨우 완공됐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전향적 정책이 필요하다. 8월부터 시행되는 대중교통통합할인제도인 ‘동백패스’를 주목하는 이유다. 월 4만 5000원을 초과하는 이용 요금에 대해서는 최대 4만 5000원 한도 내에서 돌려준다는데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지가 관건이다. 독일이 5월 49유로 한 달 정액권으로 지역 철도, 지하철, 버스, 트램 등 전국 모든 근거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도이칠란트 티켓’을 도입해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고 환경보호에도 기여한다는 평가다. 독일 사회가 활기를 띠는 계기가 됐다고까지 하니 대중교통 활성화가 갖는 영향력을 실감하게 한다. 지난해 9유로 티켓의 큰 호응으로 정책을 확대한 결과다. 동백패스도 도시 근로자 출퇴근 교통비를 감안해 4만 5000원 기준을 잡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용 현황 등을 면밀히 분석해 기준을 낮추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교통정책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모든 이용 주체를 만족시킬 수 없다.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 하는 비전과 철학의 문제다.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만큼 소신과 뚝심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지금의 부산을 대중교통 친화도시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녀 보면 안다.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것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보다 편하다. 대중교통 수송 분담률이 정체 상태인 명확한 이유다. 동백패스 이상의 파격이 필요할 수 있다. 동백패스에 투입되는 500억 원, 1000억 원의 예산을 아까워할 일이 아니다. 도로 건설 하나 포기하면 해결될 수도 있는 일이다. 부산도 이제 그런 고민을 할 때가 됐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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