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장마철 폭우 피해 속출, 재난 현장 점검 강화하라
50명 안팎 사망·실종 인명 피해 커
지하공간·산사태 근본 대책 세워야
장마철 폭우로 전국에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주말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가 사망 34명, 실종 10명 등 44명에 이른다. 부산에서는 지난 11일 학장천에서 60대 여성이 물살에 휩쓸려 실종돼 수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산사태와 가옥 침수로 인한 이재민이 8000명 가까이 되고 농경지 피해도 140㏊에 이른다. 극한 호우를 감안하더라도 장마철 인명 피해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윤석열 대통령이 NATO 정상회의 출국에 앞서 관계 부처와 지자체에 집중호우 발생 시 과도할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라고 한 지시를 무색하게 하는 상황이다.
주말 피해는 ‘물 폭탄’이 쏟아진 충북과 경북에 집중됐다. 15일 충북 청주 오송에서는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지하차도를 덮쳐 버스 등 차량 10여 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확인된 사망자만 9명에 이르고, 소방 당국이 잠수부까지 투입해 실종자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천 범람과 지하공간 침수 상황이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로 당시의 경북 포항 아파트 지하 주차장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반복되는 재난에도 불구하고 지하공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한 것이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도 반복되는 재난이다. 경북에서만 주말 400㎜가 넘는 폭우에 따른 산사태로 20여 명의 인명 피해가 났다.
올해 장마철에는 인명 피해가 유독 크다는 게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술한 대응이 인명 피해를 더 키웠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송 지하차도의 경우 금강홍수통제소에서 문제가 된 미호강에 홍수경보를 내리고 인근 도로의 통제 필요성을 통보했는데도 행정 당국의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미호강이 지난해 홍수 취약 하천으로 지정된 사실까지 감안하면 인재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참사는 물론이고 포항 지하 주차장, 부산 초량지하차도 등 지하공간에서의 참사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 대책이 시급하다. 산사태로 인한 인명 피해도 반복되는 재난이라는 점에서 마찬가지다.
피해 복구는 시작도 못 했는데 이번 주에도 집중호우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상청은 충청권과 경북 내륙을 중심으로 최대 300㎜의 큰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부산도 시간당 30㎜ 안팎의 집중호우가 예상된다. 특히 올해는 슈퍼 엘니뇨로 유례없는 기상이변이 예고돼 그 어느 때보다 재해 우려가 높다. 재해 복구에 힘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눈앞에 닥친 재해 위험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산사태 위험 경보를 내린 상태다. 부산 경남에서도 언제든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부와 지자체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 점검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더 이상의 인명 피해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