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의료 근절 공감”… 부산대병원 노사 첫 교섭
파업 닷새째 노사 교섭 진행
노조, 인력 충원 등 5개항 요구
입원·외래 진료 여전히 차질
부산대병원 노조 파업이 닷새째 이어져 진료 차질이 계속됐다. 노사는 파업 후 처음 교섭을 재개했다.
17일 노조 파업 5일 차를 맞은 부산대병원은 이날도 신규 입원 환자를 받지 않고, 외래진료를 축소해 운영하는 등의 조치를 이어갔다. 현재 중환자실과 응급실, 권역외상센터는 정상 운영되지만 일반 병동 입원과 검사 등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병원에 따르면 하루 100여 건 진행되던 수술은 긴급 수술을 제외하고 모두 밀리는 상황이다. 하루에 4500여 명이 방문하는 외래 진료 역시 절반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사나 입원 등이 필요한 외래 진료는 모두 연기됐다. 재진환자 위주로 처방이나 검사 결과를 전하는 외래 진료만 일부 진행된다. 중환자실에서 상태가 호전된 환자가 일반 병동으로 옮겨가지 못해 중환자실이 붐비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보건의료노조의 산별 총파업이 지난 14일 종료됨에 따라 이날 오전 병원 본관에서 총파업대회를 열고 농성을 이어갔다. 오전 11시에는 집중 교섭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서는 병원 간호사와 원무직 직원이 발언자로 나서 불법 의료 근절과 인력 충원 실태를 언급했다. 4년 차 간호사 김 모 씨는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의사의 업무를 대신하는 불법 의료가 비일비재하다"며 대리 처방 근절과 직종 간 업무 범위 명확화 등을 요구했다. 김 씨는 “(의사가)환자를 직접 보러 오지 않고 (간호사에게)구두로만 처방을 내서 환자의 상태가 정확하게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위험한 주사약의 용법과 용량을 정확하게 처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피해는 환자 몫”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력 부족에 대한 토로도 이어졌다. 10년 차 원무직 직원 이 모 씨는 “원무직 인력은 한 개 병동에 1인 배정된다. 주말에는 6개 병동을 한 명이 다 봐야 한다”면서 “인력이 너무 부족한 나머지 지난 1~5월에는 전 병동 원무직 직원이 휴가를 단 하루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에 △인력 165명 충원 △불법 의료 근절 △자동 승진제 개선 △비정규직 직접 고용 전환 △적정 임금과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문미철 부산대병원지부장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 불법 의료 근절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5월부터 수차례 교섭을 진행했지만, 사측은 지금까지 대화를 거부한 채 병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혼란한 상황에 대해 노조 탓만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대병원 노조는 파업 이후 처음 이날 오후 6시 사측과 교섭을 진행했다. 병원 측은 파업 장기화를 막기 위해 성실히 교섭에 나서겠다면서도 노조의 요구 사항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정성운 부산대병원장은 “병원은 불법 의료 근절에 대해서는 적극 노력 중이다. 부산대병원이 국립대병원인 만큼 인력 충원과 임금 인상 등 부분은 정부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직접 고용도 검토할 게 많아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5개 요구사항의 일괄 타결을 요구하고 있다. 교섭이 결렬되면 19일까지 3일간 병원 내에서 평화적 파업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19일까지도 타결되지 않을 경우 20일부터는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