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업은행, 부울경 스타트업에 2500억 원 푼다
산업은행 동남권금융센터 기획
부산 스타트업 펀드 총액 40%
수도권 메이저 VC 참여 주목
KDB산업은행이 부산을 비롯해 동남권 스타트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25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추진한다.
평소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부산·울산·경남 제조업을 4차 산업 혁명 시대에 맞는 ‘신제조업 기지’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수차례 밝혀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부산 이전을 앞둔 강 회장의 첫행보로 풀이된다.
그간 비수도권에서는 스타트업 초기 단계 투자인 시리즈A가 다수를 이뤘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의 이번 펀드는 본격적인 사업 확장 단계인 ‘시리즈B’ 이상의 투자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은행 동남권금융센터는 올 연말 조성을 목표로 재간접 펀드 2500억 원을 준비 중이다.
산업은행이 500억 원을 출자하고 부산시와 지역 주요 기업에서 나머지 금액을 충당해 총 1000억 원 모펀드를 조성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어 모펀드는 서울과 부산의 VC(벤처캐피탈) 등과 ‘자펀드’를 새롭게 결성해 총 2500억 원까지 펀드 규모를 확장해 나갈 예정이다.
이 규모는 부산시가 2000년 부산벤처투자펀드 1호를 시작으로 지난해 6월까지 23년간 조성한 스타트업 투자 37개 펀드 총액 6340억 원의 40%에 달하는 수준이다.
산업은행의 펀드 조성 움직임에 부산에서는 벌써 시리즈B나 시리즈C 수준의 투자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강석호 사무총장은 “이번 펀드는 동남권 스타트업들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필요한 시리즈B 이상의 투자로 진행되길 바란다”며 “부산이 본사인 스타트업들도 스케일업을 위한 후속 투자를 받고 글로벌 무대로 진출하는 성공사례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번 펀드 추진 과정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은 수도권 메이저 VC들의 자펀드 참여 여부다. 산업은행이 직접 마중물 역할을 맡은 만큼 국내 우량 투자자들이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번 펀드를 통해 부산, 울산, 경남 소재 스타트업체들과 메이저 VC 네트워크 확대로 동남권 창업 생태계 고도화도 기대된다.
부산을 비롯해 동남권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단이 부울경을 대한민국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하려는 산업은행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강 회장은 지난달 20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수도권과 동남권을 두 축으로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앞선 지난 4월 <부산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외에 또 다른 성장축이 필요하다”며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이 그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한 바 있다.
실제로 이번 펀드 조성을 기획한 동남권금융센터는 강 회장이 취임 5개월 만에 신설된 부서다. 동남권금융센터는 대한민국을 수도권과 동남권, 양대 축으로 균형있게 발전하기 위해 부울경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역의 특화산업 육성을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