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BBC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은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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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 피해 현장 생생히 전달
폭우 원인으로 기후변화 지목
“취약지 관리 부실이 피해 키워”
불확실한 북한 상황에도 우려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에서 수색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뉴스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다.” 주요 외신은 극단적 폭우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청주시 오송 궁평2지하차도 참사 현장을 이처럼 표현했다. 외신들은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비롯해 한국의 폭우 피해 상황을 앞다퉈 보도했으며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해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얘기도 생생하게 전달했다. 대다수 외신은 극단적 폭우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으며 북한의 상황에도 주목했다.

■“단지 죽지 않은 것이 행운”

영국 BBC는 궁평2지하차도 피해 상황과 수색 작업을 상세히 전달했다. BBC는 최근 ‘대한민국 홍수:지하차도 공포가 기후 공포를 불러온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극심한 폭우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지하차도 현장에서 14구의 시신이 수습됐다. 구조대원들이 겁에 질린 채 침수된 차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운전자의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들은 수색 과정에서 침수 차를 끌어올렸으며 그 차량의 뒤쪽 창문은 물의 힘에 의해 완전히 박살났다. 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이라고 참사 현장의 실상을 표현했다.

또 BBC는 폭우 피해를 입은 주민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피해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BBC 기사에 따르면 댐에 물이 넘쳐 큰 침수 피해를 입은 충북 괴산군 이담리에 거주하는 87세 농민은 눈을 감고 문간에 앉아 폭우 피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했다. 그의 소박한 집 안에는 바닥이 찢겨져 있고 물에 잠긴 그의 소지품들이 천장까지 쌓여 있었다. 침수 당시 그의 허리까지 물이 찼다고 한다. 그는 “물이 들어올 때 무섭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죽을 수도 있었다”며 “40년 동안 이담리에 살면서 장마철을 잘 견뎌냈는데 이번처럼 피해가 막심한 경우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옆집의 70대 여성은 진흙으로 가득 찬 마당 한가운데에 쪼그리고 앉아 폭우로 기능을 상실한 냉장고의 내용물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녀는 “할 일이 너무 많다. 지금껏 이런 종류의 재난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고 괴로워했다. 이어 “현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단지 죽지 않은 것이 행운”이라고 밝혔다.

영국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윤석열 대통령의 말을 인용해 재난 위험지역에 대한 관리 부실이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로이터통신은 ‘한국 홍수 사망자 40명으로 증가, 윤 대통령은 재난지역에 대한 관리 부실을 지적’이라는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위험지역에 대한 잘못된 관리가 사고로 이어졌다고 강조했다. 사전 대피와 도로 폐쇄는 재난 대응에서 인명 피해를 막는 기본 원칙이었다. 윤 대통령은 취약지역에 대한 관리 부실로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한국도 기후변화에 직격탄

AP통신과 CBS뉴스 등 미국 주요 외신들은 기후변화의 여파로 한국에도 예년보다 비가 많이 내려 피해를 초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AP통신은 한국의 폭우 피해 상황을 다룬 기사에서 “올해 한국의 장마철이 절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 기간 총 강우량은 기존 장마철 기간보다 많았다. 혹독한 날씨는 전 세계의 다른 장소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달 초 인도, 일본, 중국, 튀르키예,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도 폭우로 홍수가 발생했다”며 “대기 과학자들은 세계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는 극단적인 폭우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대기가 따뜻해지면서 엄청난 비구름이 자주 형성되고 있으며 이는 극심한 폭우를 자주 발생시킨다”고 보도했다.

CBS뉴스는 ‘한국의 홍수 사망자가 40명을 기록해 대통령이 기후변화 위기에 새로운 대책을 촉구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날씨에 대한 한국의 접근 방식을 완전히 쇄신할 것이라고 맹세했다”며 “윤 대통령은 앞으로 극단적 날씨는 일상화될 것이며 기후변화를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극단적 폭우로 인한 북한의 불확실한 상황에 우려를 표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의 상황은 여전히 불분명하지만, 최근 몇 주 동안 관영 매체들은 폭우를 보도하며 심각한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 농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들을 언급했다”며 “한국 통일부는 북한이 황강댐의 물을 방류할 계획이 있다면 한국에 통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2009년 황강댐의 갑작스런 방류로 하류에 큰 홍수가 발생해 한국인 6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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