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벼랑 끝 교권·무너진 교단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폭력·민원에 교육활동 침해 점점 심각
교사 개인 넘어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와의 갈등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교권 추락을 둘러싼 교사들의 공분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20대 젊은 교사가 어째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 사건의 진상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그동안의 교권 침해 양상이 누적되고 누적된 결과물로 보고 있다. 학생들의 폭력과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 때문에 교사들이 인권은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생 인권이 있고 학부모라는 권리가 있다면 교사의 인권도 존재한다는 호소가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하게 들린다. 벼랑 끝에 선 교권,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국면까지 온 것이다.
사망 교사에 대한 학부모의 괴롭힘 수준은 상상을 초월했다는 것이 교사 동료들의 증언이다. 해당 학부모는 번호를 알려준 적도 없는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로 수십 차례 ‘전화 폭탄’을 퍼붓는 것도 모자라 교무실에 직접 찾아와 “교사 자격이 없다”며 악담을 날렸다고 한다. 교실에서는 소리 지르고 공격적인 학생들 때문에 환청까지 들릴 정도로 또 다른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나왔다. 전국의 교권 침해 사례는 1197건(2020년), 2269건(2021년), 3035건(2022년)으로 해마다 폭증세다. 부산에서는 지난달 북구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새롭게 확인됐다. 부산은 매년 100여 건의 교권 침해 사례가 신고되는데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 안타까움을 더한다.
교권 추락 현상은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강화된 탓이라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지난 시절 일방적 복종을 강요당한 학생의 인권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았을 뿐이다. 교사 인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일은 필요하나 학생 인권을 다시 후퇴시키는 방향으로 가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정부에서 중점 추진된 사안이다. 이 문제가 자칫 정치적 문제로 비화한다면 또 다시 쓸데없는 갈등만 부를 뿐이다. 교사의 인권이 중요한 만큼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다. 양쪽의 인권을 균형 있고 조화롭게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 현장 정상화를 위한 교육 당국의 적극적인 행동이다. 학폭이나 교육활동 침해,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 같은 학교 현장의 다양한 갈등 상황이 교사 개인의 책임일 수만은 없다. 특히 교권 침해는 학생의 학습권을 해치고 공교육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치므로 학교와 정부가 적극 나서서 종합 대책과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들은 학부모의 험악한 언행이나 학생 폭력 앞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교권 회복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 못지않게 학부모의 인식 전환도 중요하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학교 공동체의 엄연한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대상임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