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브러싱 스캠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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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미국 전역에 정체불명의 씨앗이 우편 배달됐다. 우편물 겉봉에는 보석, 완구 등의 품명이 적혀 있었다. 발송지가 중국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발 생화학 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미국 농림부 동식물검역소가 조사에 나섰는데 겨자와 로즈메리 등 일반 식물의 씨앗으로 밝혀졌다. 같은 해 영국, 캐나다, 일본 등에서도 정체불명의 중국발 씨앗과 마스크 택배 소동이 이어졌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브러싱 스캠(Brushing Scam)은 온라인 전자상거래 사기 수법의 하나다. ‘브러싱’은 (먼지 등을) 쓸어버린다는 의미고 ‘스캠’은 사기를 뜻한다. 주문하지 않은 물건을 무작위로 발송해 기록을 만든 후 구매자를 가장해 우호적 댓글을 올리거나 온라인 판매 실적을 부풀리는 수법이다. 판매 실적과 후기를 올리기 위해서는 송장 번호가 필요한데 이를 확보하기 위해 브러싱 스캠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자상거래와 택배가 뉴노멀이 되면서 아마존, 알리바바 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이 많은 해외에서는 심심찮게 등장하는 범죄가 됐다.

주말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독극물 소포’ 소동은 브러싱 스캠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에서 ‘기체 독극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배달돼 직원 3명이 호흡곤란 증세로 병원 후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이 독극물 테러 공포에 휩싸였다. 부산 64건을 비롯해 전국에서 2000건 가까이 ‘미확인 우편물’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시내 한 우체국에서는 1700명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다행히 현재까지 특별한 피해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울산의 경우도 소포 포장에 사용된 본드 등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택배가 일상이 된 지금 우편물을 이용한 범죄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다. 실제 1995년 일본 옴진리교 소포 폭탄 테러나 2001년 미국 의회와 방송국 탄저균 편지 테러 등의 사례도 있다. 브러싱 스캠의 경우도 피해자 없는 범죄로 인식하기 쉽지만 개인정보 유출 등 위험한 범죄의 징후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 우편검사국은 브러싱 스캠 대응 요령으로 개인정보가 손상됐을 수 있으니 계정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신용카드 청구서를 모니터링할 것을 주문한다. 택배 대응 요령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챙겨 봐야 할 일이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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