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환자만 고통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10일 이상 끌면서 부작용 현실화
항암 치료·수술 일정 줄줄이 밀려
부산시, 협조전화 외 중재는 뒷짐
노사 대립 평행선 조속 해결 난망

지난 18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본원 로비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부산대병원 노조가 병원 측에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지난 18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 본원 로비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부산대병원 노조가 병원 측에 파업 해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대병원 파업이 10일 넘게 이어지자 환자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암, 심뇌혈관질환 등 중증 환자의 항암치료와 수술까지 밀리고 있어 환자 생명을 담보로 하는 파업에 대한 비판이 점점 커진다. 노사는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서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산·울산·경남의 대표 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의 파업이 장기화되는데도 부산시와 보건당국은 뒷짐만 지고 시민 건강을 내팽개치고 있다.


23일 부산대병원 파업이 11일 차를 맞자 참다 못한 환자와 보호자의 원성이 터져나오고 있다. 부산대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을 예정이던 환자의 보호자 A 씨는 인터넷 암환우 커뮤니티에 '파업으로 수술이 취소됐다. 끝나면 다시 날짜를 잡는다고 하는데 언제가 될지(모르겠다)'라며 '밤에 통증이 심한데 진통제도 얼마 안 남았다. 항암치료를 4회 하고 한 달을 쉬었는데 더 쉬어도 될지 걱정'이라고 글을 올렸다. 항암치료를 앞뒀던 B 씨는 “병원 상황은 알겠지만 너무 무책임하게 '기다리거나 다른 병원에 가라'고 한다. 기존 항암 사이클이 있는데 마냥 기다릴 수 없어 최대한 이른 일정으로 다른 병원을 알아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파업이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자 병원 내부에서도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부산대병원의 한 전문의는 “부산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중에는 중환자가 많아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어렵다. 파업이 길어져 환자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하면 누가 책임질 수 있느냐”라고 비판했다.

병원 의사로 구성된 부산대병원 교수회는 '수많은 환자들이 수술, 시술, 항암치료 등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다. 하루속히 자리로 돌아와 진료와 치료를 간절히 기다리는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함께해주길 부탁한다'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였다.

이번 파업이 시민의 생명권과 직결된 사안인데도 시나 보건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 시는 특히 권역책임의료기관인 부산대병원이 장기 파업을 하는데도 현장 방문은커녕 진료 정상화 등의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조차 보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업 사태 이후 전화 연락을 통해 진료 공백이 없도록 요청한 게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 관계자는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해 파업에 돌입했고, 노사가 갈등을 빚는 문제인 만큼 시가 개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문을 보내는 것이 가능한지 법적인 부분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파업의 키를 쥔 노사는 여전히 평행선을 달린다. 병원 교수회 중재로 지난 21일 노사 긴급 토론회까지 열렸으나 답을 찾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양측은 특히 토론회에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두고 ‘여론 수렴’에 극명한 입장 차를 보였다. 노조 지부장과 병원장이 22일 만나 교섭을 벌였으나 타결을 이루지 못했다. 노사는 23일 오후에도 실무 교섭을 이어갔으나 결렬됐다.

병원 구성원의 적극적인 중재에도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하자 아쉬운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대병원 교수회 배용찬 회장은 “부산대병원은 지역 최후의 보루다. 파업이 하루빨리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